매일신문

기자노트-대선주자 TV토론회 유감

요 며칠 사이 아침 저녁으로 TV를 통해 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집중탐구 형식이다. 일부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후보초청 토론회를 벌이고있기 때문이다.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는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21세기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연말 대선을 위해 판단기준을 제공한다는 선전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균형감각이 전제가 돼야 한다.

참석자 모두 승복할 수 있는 공정성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두번 이상 본 사람이라면 형평성과 공정성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었을 것이다.

방식이나 질문자의 선정에서도 잘 봐주면 겨우 낙제를 면하는 수준이었을 법하다.'누구에게 나라를 맡길까'하는 중대한 판단자료를 제공하자는 것이 이 프로의 본래 취지였으리라. 그러나 중반에 접어든 시점의 느낌으로는 질문자나 언론사 자체가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줄을 선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진행자의 입에서 5일밤 "확실한 근거에서 질문을해달라"거나 "인신공격은 삼가 달라"는 등의 주문을 질문자들에게 해야 했을까.해당 언론사의 이야기도 "왜 누구는 솜방망이로 때리고 또 누구는 쇠몽둥이로 패느냐", "질문자가 누구의 추종자 아니냐"는 항의성 의견부터 "언론이 특정후보에게 줄서기를 한 것 같다"는 빈정거림, 나아가서는 "그런 토론회를 왜 하느냐"는 무용론에 까지 항의내용이 광범위했다고 한다.

며칠 전 한 예비후보가 지적한 대로 언심(言心.언론의 선호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정치인의 줄서기를 비판하는 언론이 더 줄서기에 앞장서는 것인 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들이 어느 때보다 현명한 판단을 해야하는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송구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李東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