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 대구구간 뿌리째 흔들린다

경부고속철도 대구구간이 다시 문제다. 일단'지상이냐 지하냐'의 논란이지만 뿌리부터 흔들린다는것이 더 정확하다. 경부고속철도의 대전이남 구간공사가 가능한가, 또 경제성이 있는가의 문제에서 "우리 실정에 고속철도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실효성 논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서울~천안, 천안~대전 시험구간, 대전~대구 등의 구간 즉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이미 부지매입 등 공사가 일부라도 시작된만큼 그대로 진행시키고 아직 미착공 구간인 대구~부산 구간을 기존 철도노선의 전철화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시키고 공기를 단축하겠다는 방침정도다.

이렇게 될 경우 지상 지하논쟁을 뜨겁게 벌였던 대구역사는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고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한 경주구간은 운행구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계획만으로도 아예 대구~부산 간은 고속철도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통계상으로는 대구 대전역사를 지하로 건설하고 경주우회노선 등이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89년계획 수립 당시 5조원을 약간 웃돌던 공사비는 92년 10조원을 넘었다가 다시 20조원 정도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향조정될 전망이다.

공기도 당초 2001년에서 2004년으로 다시 그 이후로 연기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또 운임면에서도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서울~부산 구간요금이 항공요금의 4배가 넘는 17만원대는돼야 한다는 점 또한 고려대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적자운영을 감수하지 않는 한 요금인하는불가능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이용할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점을 인식, 대구~부산간 고속철도 공사완공 전까지 기존철도노선 활용안을 검토했으나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아예 대구~부산간공사 자체를 백지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고속철도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애초에 이 사업은 정치적인 이유로 6공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기 시작한 데다 때마다 이와 관련한 정치자금 유입설 등이 끊이지 않는 등 문제아로낙인찍힌 상태였다. 그런데다 시험구간의 원초적 부실공사로 인한 재시공 등 공기지연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르는 공사비 증가로 비판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또 대구~부산 구간을 고속전철화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 고속철 구간은 3백㎞가 채 안되는 점도고속철도 무용론의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부산도 다리와 터널이 너무 많은 데다 구간도짧아 고속철 운행에 부적합한 구간인데 이것마저 더 줄어든다면 운행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은 자연스레 도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예정한 수정계획 발표시기인 6월말이 연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때쯤이면연말대선을 위한 선거정국으로 돌입한다는 점에서 정책상으로 어떤 결론을 내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초 김중위(金重緯) 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차기 정권으로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있다는 발언을 한뒤 부인한 사실도 이같은 골칫거리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현 정권의 임기를넘길 수 밖에 없다는 고민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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