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엔젤 스튜디오대표 조행선씨

"취미가 음악이라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잘 안돼"

빈티지 오디오 전문점 엔젤 스튜디오 대표 조행선씨(57). 밥먹고 숨쉬는 게 취미가 될 수 없듯이음악도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삼덕성당 뒤에 엔젤 스튜디오를 마련한지 이제 15년째. 이곳은 어느덧 전국의 빈티지 마니아들이 모여드는 메카가 되었다. 음악은그의 전부가 돼버렸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음악의 주변부만 맴돌고 있는 셈이야"

그는 재학시절부터 하이마트, 시보네, 녹향 등 음악감상실을 전전했다. 이성적인 철학과 학생으로서 감성적인 음악을 좋아한 이유는 뭘까. "음악이 가진 풍부한 표현력에 이끌린 거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훌륭한 악보보다는 못할거야. 더 좋은 소리를 들으려다보니 자연 빈티지에 끌린거고"졸업 후 제일 처음 한 일은 녹음대행업. 동성로 현 제일은행 자리에 서있던 동아라디오 단층 건물 한켠에 '에코 녹음실'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동인호텔 부근에서 '낭만'이란 음악감상실을 열기도 했다. 오토그라프, 바이타복스, JBL 등 진귀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낭만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물 한잔만 마시고 온종일 앉아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몇시간씩 일어나 스피커 앞에서 '지휘'를 하는 광적인 팬들까지 있었어" 이후 재즈 감상실 '휘모리'. 그의 음악사는 현재의 엔젤 스튜디오에까지 이르렀다.

오디오가 본래 서구의 것이다보니 조씨는 빈티지를 구하기 위해 일년에 몇차례씩 독일, 프랑스등 외국을 오간다. "그뿐인가. 보스턴 심포니가 연주하는 비파협주곡을 들으면서 무릉도원에도 가고, 흑인영가를 들으면서 목화농장에도 가본다네" 그동안 1만점이 넘는 레코드를 수집할 만큼 열성적인 음악팬이지만 '요즘 젊은 것들'이 듣는 음악은 너무 가볍게 들려 싫다고 한다."오디오 용어에 에이징(Aging)이란게 있지. 진공관 앰프는 1년정도는 지나야 제대로 소리가 잡히는 법이야. 하다못해 케이블도 에이징이 필요하고…" 조급하지 않게 자신의 고집을 지켜가는 그의 모습이 어느덧 잘 에이징된 올드 명기와 닮아있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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