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버려야 할 나쁜 버릇

"장원익 〈논설위원〉"

우리나라 국민성에 장점도 많지만 가장 큰 단점이 '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남 흠집내기일 것이다. 사회가 혼란하고 질서가 문란할수록 남을 비방하거나 무고하는 일은 전염병처럼 번지며 눈덩이처럼 커져 눈앞에서 보고 듣고 겪은 것처럼 구체성을 띠어간다. 학자들은 이러한 나쁜 국민성을 지니게 된 것을 수천년전부터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나머지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생성된것이라고 하고 사색당쟁에 원인을 두기도 한다.

*나만 옳고 남은 그르고

우리생활주변에서도 그 예는 너무나 많다. 내 딸이 애인이 많으면 인기가 좋아서고, 남의 딸이 애인이 많으면 행실이 나빠서고, 내자식이 입시에 낙방하면 워낙 경쟁률이 치열해서고, 남의 아이가낙방하면 실력이 없어 당연한 것이고, 며느리가 부부싸움을 하면 여자가 참아야하고 딸이 부부싸움을 하면 아무리 남편이라도 따질건 따져야하는 것이고, 내가 화를 내면 소신이 뚜렷한 거고, 남이 화를 내면 원래 그릇이 작기 때문이고, 내가 회의중이면 남은 잠깐 기다려야하고 남이 회의중이면 나는 잠깐 만나야하고…등등 남을 헐뜯거나 자기위주의 행위는 부지기수다. 이러한 그릇된사고는 더 나아가 나를 위하여 남을 헐뜯는 무고나 모함으로까지 치닫는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한국인 불법체류자나 범법자는 당국의 조사가 아니라도 쉽게 찾아낸다고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동족끼리 각종투서로 불법체류나 각종범죄를 알려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준법정신이 강해서 그러려니해서 당황하기도 했으나 조사결과 밀고한 장본인도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임을 알고는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도 여러차례의 사정과정에서 남을 헐뜯는 사례는 끊임없이 있어왔다. 한보사태이후 국회등 각기관에 나돌던 끝도 밑도없는 한보리스트, 증권시장을 강타한 각종 비방루머등도 따지고 보면 사적감정이나 사업상의 갈등을 비리로 포장해서 남을 모함하거나 흠집을 내려는것이다.

삼풍참사와 성수대교붕괴사고가 났을때도 현정부 일각에서 사고의 원인을 전정부의 부실공사때문이라고 책임을 미루는 발언이 나와 국민들의 비웃음을 산적이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통령후보를 자처하는 용들의 싸움에서도 사상시비, 전력시비등 상대방 흠집내기가 횡행하고 있으며대선이 가까워지면 이러한 양상은 더욱 심화될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헐뜯기 만연한 사회

참다운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불의와 부정을 고발하는 것은 민주사회구성원이 구비해야할 자질의 하나라고 말할수 있다. 자발적인 상호감시기능을 통해 공익을 보호하고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사회가 선진화 할수록 고발정신은 성행하게 된다. 고속도로상에서 법규를 어길경우 뒤차가 어김없이 신고하는 외국의 사례는 안전운행이란 공익을 위해 당연한 조치다.

*결국은 나에게도 해악

그러나 이러한 고발정신이 궤도를 벗어나 나를 위한 사욕때문에 남을 비방하는데 쓰인다면 그 해악은 엄청난 것이며 언젠가는 해악이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남의 일이나 가족에게 나를 앞세우기 위해 해코지를 하면 언젠가는 자기도 그러한 경우를 당하는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대형사고를 전정권 부실 탓으로 돌렸던 현정부도 그후 현정권의 부실로 엄청난 대형사고를 불렀던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김영삼대통령은 재야시절 '정치인은 절대 솔직해야하며 부도덕성 진상 은폐조작은 국민의 지지를잃는다'고 군사정부의 잘못을 나무랐지만 이말이 지금은 자신을 향한 독화살로 변해 본인을 괴롭히고 있다.

사람은 남의 과오나 잘못을 얘기하기 전에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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