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대북 직접지원, 화해계기로

대북 식량지원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한국의 민간단체가 제공하는 옥수수가루 5만t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직접 전달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5년 11월 한적(韓赤)을 통한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이 시작된 이후 18개월만에 남북간 직접지원이 이뤄졌으며 한적요원이 전달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우리가 이번에 보낸 옥수수가루 5만t은 북한의 누적된 고질적 식량난에 비기면 얼마되지 않는 양이긴 하지만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은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남북화해라는 보다 큰 문이 열리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가 지원하는 식량은 중국단동에서 신의주, 집안에서 만포, 도문에서 남양등 3개 루트를 타고 들어갔으며 한적요원 9명이 3개조로 나눠 도착과 인도과정을 지켜봤으며 취재진에게도제한적인 촬영허가가 나는등 종전보다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지원식량은 중국에서 구입한 옥수수이긴 하지만 한글로 '옥수수가루'라고 표기했으며 선명한 적십자마크가 새겨져 있다. 다만 북경접촉에서 합의된 기탁자명기는 포장재가 합의 이전에 마련되어 누락된 것이 아쉽다고 할수 있다.

앞으로 계속되는 2차지원분(20일)부터는 기탁자의 명의가 새겨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북한주민들도 집요한 선전공세에도 불구하고 식량을 어디서 누가 보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래야 북한주민들이 '동족의 굶주림을 유독 남한만 외면하고 있다'는 악의에 찬 선전이 허위란걸 알게 되고그동안 쌓인 앙금을 씻어버릴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세계 여러나라와 유엔기구가 북한에 지원한 식량은 85만t이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1백만t정도가 부족하며 올해 또다시 수해를 입거나 북한 농촌이 안고있는 구조적 모순을 시정하지않으면 식량난은 악순환처럼 반복될 것이다.

북한은 이번의 남북직접지원으로 이뤄진 5만t의 식량지원이 북한주민들의 기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몇가지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지금 한국에 있는 실향민들은 그들의 고향과 친척.친지를 돕기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그들의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잃남북 분단으로 인해 잃어버린 친척과 친지들을 먼저 찾아주는 것이며, 개인대 개인, 개인대 마을, 기업대 행정단위의 직접적인 지원을 가능케 해준다면 북한이 당면한 식량난과 농업구조난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남북한 당국자들이 가슴을 열고 만나 대화를 하는 일이 바로 지름길이란걸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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