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矛)을 팔 때는 어떤 단단한 방패라도 뚫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방패(盾)를 팔아먹을 때는 어떤 예리한 창도 막을 수 있다고 선전하는 모순(矛盾)의 고사성어는 아이들도 아는 상식이다. 호국의 달 6월에 한국전쟁이후 근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우리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이 숱한 갖가지 창과 방패를 구매해 왔다. 분단국가라는 원죄탓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허리띠 졸라가며 막대한 국방예산을 창과 방패를 사 는데 소모해야만 했다. 어떤 때는 이 창을 사야만 북한을 견제할 수 있다며 아파치헬기 같은걸 사라했고 어떤 땐 이 방패가 없으면 남침을 막기 어렵다며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권유해 왔다. 방위산업 수준이 열악했던 우리로서는 수십년동안 바가지를 쓰는지 덤터기를 쓰는지도 모르는 채 마냥 이창, 저 방패 사라는대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70년대 후반 우리 군이 방위산업에 눈 을 뜨면서 지금까지 친구가 권하는 거니까 어련하려니 믿고 사들여온 창들이 과연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이었는지 또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진짜 제값하는 방패인지를 가려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무기구매를 둘러싼 마찰이 일기 시작했다. 어제 팔아먹은 창을 한 번 찔러 볼 새도 없이 또 새로운 창을 내놓고 사라고 해도 고분고분 사주며 말 잘듣던 꼬마 우방국이 국 력이 커지면서 미제 대신 러시아나 영국제의 신무기를 기웃거리니까 당장 거친 말이 나오고 있 다.
코언이란 미국방장관이 가장 좋은 새 방패인 미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사지 않으면 미국 정치권 의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잇달아 번스라는 대변인은 스팅어라는 또다른 창을 꺼내 들고는 "미제를 구매하도록'충고'하고자 한다"는 위협적 언사를 내뱉고 있다. 정말 값싸고 좋은 창과 방패라면 사라고 '충고'안해도 우리 스스로가 자주국가의 판단으로 샀을 것이다. 그러나 패트리어트 하나만 봐도 미국의 처신은 지극히 모순된 위협이란 인상을 준다. 미국 패트리어트는 사거리 60㎞, 고도 24㎞에 가격은 1개 대대분에 6억6천만 달러다. 그러나 러시 아의 S300 PMC미사일은 사거리 150㎞, 고도 27㎞ 가격은 같은 규모로 1억달러가 더싸다. 더구나 패트리어트는 구매이유의 보다 큰 부분인 기술이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한미 무기체제의 호환성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우리 군의 방산 지식과 애 국심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남의 나라 대변인이 감놔라 배놔라 '충고'할 사항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이 자체 생산한 무기의 제3국 대외수출까지 불평등한 '한미양해각서'를 빌미 로 계속 막고 있다.
95년 한해만 해도 3억7천만 달러어치의 국산 무기를 제3국에 팔려고 했으나 미국의 거부로 수출 요청액의 0.03%%인 10만달러어치만 팔았을 뿐이다. 자기네 무기는 지난 72년 이후 한국서만 약 10조원어치나 팔아먹고도 한동안사정거리 180㎞이상 미사일은 만들지도 못하게 했다. 달포전엔 브라질에서 요청한 자주포도 못팔도록 발목을 걸고 있다. 우방 한국이 무기판매로 살찌는게 싫다 는 투다.
번스씨의 논리는 3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한국전쟁 이후부터 군사력을 지탱해주고 있는 은혜 와 인연이 있으니 성능이 어떻든 값이 비싸든 말든 사라면 사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한국전쟁때 똑같이 피흘리고 도와준 에티오피아나 호주 캐나다같은 UN참전국들도 47년 전의 은혜를 이유로 우방 자주국가의 국방정책에 그처럼 오만하게 끼여들고 있는가를 생각해보 라. 우의와 동맹은 언제나 순수할 때 더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는 서로돕는 우방국의 사이지 대변인이 남의 나라 국방문제에 '무례한 충고'를 해도 그만인 속국이 아님을 정중히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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