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경원 기득권 수호 개악

한국은행은 16일 '정부의 중앙은행제도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정부안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한은은 정부의 금융개혁안은 중앙은행의 기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금융감독체계도 그 효율성이크게 제약되는 방향으로 개편돼 제도개선의 근본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한은은 "정부안은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재정경제원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독소적 내용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이번 정부안은 지난 95년 여론의 반대로 입법화에 실패했던 정부의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제도 개선방안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금융개혁위원회안의 기본정신에 배치됨은 물론 현행제도를도리어 개악하는 방안이라는 것이 한은의 지적이다.

한은이 주장하고 있는 주요 사항별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제도 관련=통화신용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에서 분리해 별개의 기구가 되도록 한 것은 중앙은행의 보편적 조직원리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중앙은행의 내부조직으로설치하고 있다.

금통위와 한은을 분리해 이원화하면 중앙은행 정책의 효율성 및 중립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정부안에 따르면 금통위 위원과 소수의 사무국 직원만이 중앙은행의 정책입안및 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부적절한 결정이 이뤄질 소지가 있고 정책의 중립성을 지켜나가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더욱이 재경원장관에게 금통위에 대한 의안제의권을 부여할 경우 거시경제정책운영차원의 금융정책을 수행하도록 돼있는 재경원장관은 금통위 사무국을 통해 언제든지 의안을 손쉽게 제출할수 있어 금통위가 자칫 재경원의 일개 산하기관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금통위의장 및 상근위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우리의 실정에 전혀 부합되지 않아 물가안정에 기여하기 어려움은 물론 금통위의 중립성을 결정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통위의장을 국무총리 제청이 아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한 것은 국무회의심의절차를 사실상 재경원장관이 관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장 임명과정에 재경원이 간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부 외환정책 관련업무에 대한 협의기능만을 인정함으로써 중앙은행의 정책대상영역이 지나치게 줄어든다.

▲금융감독제도 관련=금융감독위원회의 대부분이 정부인사 또는 정부추천 위원으로 구성되고 있는데다 금융감독원까지를 정부기구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감독기능의 중립성 및 자율성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은행·증권·보험의 직접겸영에 의한 겸업화가 가시적인 장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없음에도감독기관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중앙은행에 은행감독기능이 필요한 이유는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이 금융기능을 사전에 감지·예방하고 또 실제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신속히 수습, 은행신용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기는 통상 돌발적으로 발생해 빠르게 파급되는데 이를 초기에 수습하는데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조절기능이 유일한 방책이다.

정부안대로라면 중앙은행은 개별은행의 부실 및 금융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될 뿐아니라 금융위기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해 위기상황이 과도하게 확산될 우려가 있다.

한은이 검사를 요청할 경우 통합감독기관이 검사요원의 인력사정 등을 이유로 적기에 충분한검사를 실시하게 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공동검사의 경우도 검사의 지휘가 통합감독기관에 의해 이뤄질 것이므로 한은은 필요한 검사를충분히 실시하기 어렵다.

▲재정경제원의 권한=재경원의 금융 및 외환정책, 금융감독, 예금보험 전반에 관한 실질적인 통제력이 현재보다 더욱 확대됨으로써 '작은 정부' 및 '금융자유화 및 규제완화'를 지향하는 국가시책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관치금융의 폐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정부안에서는 재경원에 거시경제정책 운영차원의 금융정책권한을 부여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단순한 시장참가자로서의 역할수행에 국한시킨것은 재경원이 통화신용의 질적 정책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간여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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