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EBS 교재폭리 엄벌해야

한국교육방송원(EBS) 일부 간부들만 교재선택·출연강사 선정을 미끼로 돈을 받아챙긴 것이 아니라 EBS기구 자체가 13개 출판사의 교재제작비를 실제작비보다 5배이상 높게 매겨 4백3억원의폭리를 취하도록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EBS는 폭리금액중 81억원은 자체수입으로 잡고 나머지 3백22억원을 출판사가 챙기도록 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작년·올해에 걸쳐 TV방송교재 81종에 1천6백만부나 팔려나갔다니 EBS와 담합한 출판사는 이불경기에 땅짚고 헤엄치기로 떼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실제작비(實製作費)에 약간의 이익금을 붙인다해도 2배가량의 돈을 주고 교재를 산 학생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이렇게 '속임수'로 턱없이비싼 교재를 구입한 것을 알게된 학생들은 도대체 어떤 인식을 가지게 될까 두렵다.어느 한 구석 썩고 병든 곳이 없는 사회라 하더라도 자라나는 세대들의 배움의 장(場)에서마저공익기관이 출판업자와 짜고 폭리를 취한대서야 기성세대가 무슨 말을 할수 있는가. 출판사로서는 EBS관계자에 대한 로비자금과 일선학교교재채택료로 지급한 액수를 빼면 실제로 '폭리'라고할 수 없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또 출판사로서는 로비하지 않고는 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회가 맑아져야 하고 특히 교육분야 관계업이라면 정직을 생명으로 하는 최소한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했다. EBS나 출판업자나 공생(共生)의 목표아래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므로 국민의 심한 비난과 질책을 피할 길 없다.

감사원은 원가과다계상의 책임을 물어 EBS사업국장등 5명의 문책을 EBS측에 요구하고 검찰에도수사를 의뢰했는데, 이렇게 느슨한 조치로는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EBS자체조치도 엄격해야하지만, 검찰에서 샅샅이 조사해 관련자에 대한 엄벌이 있어야 한다.

이번 EBS 부패사건에서도 보는 것이지만 우리 가치관이 위험한 수준까지 동요하고 있음을 재발견한다. 사람이 몇몇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정계·관계·재계의 비리와 부정을 신랄히 비난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몇억 몇천만원의 돈을 주고 받으면서도 뻔뻔스런 판국에 국민 누구나믿을 곳 없어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사보는 교재에서까지 돈을 더얹어 떼먹는 현실에 아예 절망한다. '집권집착(執着)'이 뭐가 나쁘냐에서부터 시작해서 '과열교육'이 잘못된것이냐 '돈좀 먹는 것이 어때서…'라는 의식이 은연중 우리사회의 건전한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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