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만호제력(萬毫齊力)

서예에서 흔히 말하는 좋은 글씨란 어떻게 쓴 글씨일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한마디로 말한다면 아름답고도 힘이 있게 쓴 글씨가 좋은 글씨라 할 수 있다.

좋은 글씨를 쓰는 서법의 하나로 중봉(中鋒)과 만호제력(萬毫齊力)이란게 있다. 중봉은 획을 그을때 붓끝(鋒)이 그 획의 중앙을 차지하면서 지나가게 긋는 것을 일컫고, 만호제력이란 붓털의 전후좌우를 모두 활용해서 쓰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붓털의 전면을 360도로 움직이면서 붓끝을 둥글게 하여 중봉으로 글씨를 쓰면 그 글씨는 입체감과 체적감(體積感)을 갖추고 힘을 지녀 좋은글씨가 된다.

이와 반대로 붓끝이 한쪽으로 치우쳐 지나가게 획을 긋는 것을 편봉(偏鋒)이라 한다. 편봉이 되면, 다시말해 붓끝이 납작해지면 만호제력할 아름다움과 힘이 없는 나쁜 글씨가 되고 만다.세상이치도 그렇다. 어떤 가정이나 조직사회서 그 구성원들이 제 몫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만호제력이요,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둥글게 뭉쳐 화음을 내도록 하는게 중봉이다.이와는 반대로 한 가정이나 조직사회서 특정 구성원에 대한 편애가 있으면 화합과 화목을 도모할수 없는 것이 서예에서 말하는 편봉의 이치와 같다. 서예에서나 조직체에서 중봉으로 만호제력하든 편봉을 쓰든 그 주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붓을 쥐거나 권력을 쥔 주체(사람)가 중요하다.지금 우리의 국가 지도자는 편봉의 필법을 써 힘과 아름다움을 잃고 말았다. 다음에는 중봉을 쓰는 지도자, 중봉을 쓰되 만호제력할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다려본다.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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