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리송한 김심 말발 설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신한국당의 경선과 관련, 모처럼 큰소리를 냈다.

19일 오전 민관식후보자선거관리위원장과 박관용사무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엄정한 경선관리를 당부하면서 당내 예비주자들에 대해서도 강경한 어조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오후의 이회창(李會昌)대표와의 주례회동서도 당의 단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경고가 갈수록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대한 당 총재로서의집안단속성이거나, 또 해외순방에 앞선 통상적인 언급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권오기통일부총리의 보고일정까지 뒤로 미뤘고 오후 이회창대표와의 주례회동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김대통령의 고함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분파행동을 자제하라'는 경고가 다분히 추상적이고, 자신은 끝까지 중립을 지키겠다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꼬집어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다 알아들을 수 있지 않으냐. 중립문제도 그동안 누차 얘기해온 상식적인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이 예비주자들에 대해 엄중경고하면서도 자신의 의중은 분명히 하지 않는 것은 여운을남겨 두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이 앞으로의 신한국당 경선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몫을 챙기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아울러 김대통령은 이날 언급으로 예비주자들의 경쟁이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직접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대통령은 이대표와의 회동에서 또다시 '대표를 중심으로'라는 표현을 동원함으로써 일단 이대표의 입장을 지원해주는 모양새를 갖췄다.

코너에 몰린 이대표가 대표직사퇴 문제를 들고 이날 김대통령의 자문을 구한 셈이지만 김대통령은"해외순방후에 보자"면서 또 뒤로 미뤘다. 자신의 의중은 밝히지 않은채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자세를 견지한 것이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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