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신 차마설

고려 충숙왕 때에 이곡(李穀)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바로 이색(李穡)의 아버지인 그 또한 명문장가로서 '차마설(借馬說)'이라는 뛰어난 글을 남겼다.

'나는 집이 가난해서 이웃의 말을 가끔씩 빌려서 탄다. 여윈 말을 빌려타면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할수 없고, 개울을 만나면 내려서 끌고 가야했으므로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준마를빌려타면 비록 남의 것인데도 으스대고 싶어진다. 남의 것을 빌려쓰면서도 사람의 마음이 이러하니, 자기의 소유가 많으면 얼마나 오만해지겠는가?

그런데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빌리지 아니한 것이 어디 있는가?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렸다. 아들은 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을 빌려 행세를 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그 빌린 바가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의 소유로 여기고,반성할 줄 모르니 어찌 어리석지 아니한가?

그러다가 혹 잠깐 사이에 그 빌린 것이 도로 돌아가게 되면 넓은 나라의 임금도 외톨이가 되고,많은 권세를 가졌던 신하도 문전박대 당하는 처지가 되고마니 그보다 더 약한 자가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빌린 것을 자기 소유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상이 그 수필의 요지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든 것을 빌려서 살아가고 있다. 재벌은 은행으로부터, 은행은 시민으로부터, 시민은 자연으로부터 재화를 빌려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요즘 모든 것을 자기 소유로 착각하고 오만하게 행세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는 현재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구절이 새삼 큰 지혜로다가온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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