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무나 당당한 LG

"부정배트시비, 대구팬에 사과 안해"

20일 대구시민야구장에는 북부경찰서소속 의경 3백여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평소 30~1백여명 수준이던 경찰이 이렇듯 대규모로 투입된 것은 '방망이 사건'으로 감정이 상한대구팬들이 난동을 부리지 않을까 염려한 삼성측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다행히 삼성의 승리로 끝나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LG측은 끝내 대구팬들이나 삼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않아 팬들의 분노를 샀다.

천보성감독은 팬들이 입장을 시작한 이후 그라운드에 그림자도 보이지 않은채 덕아웃으로 모습을감추었고 최종준단장은 공식적인 인터뷰 요청마저 거부하며 꽁무니를 뺐다. 공식적인 사과를 할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천감독은 "잘못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대구팬들에게는 죄송하다"는 아리송한 대답을 했다. 또 최단장도 '대구팬들에게 인사라도하면 어떻겠느냐'는 삼성측의 의견에 "KBO에서 자리를 마련해주면 모를까 자발적으로 할 의사는없다"고 했다는 얘기다.

잘못된 일이 없는데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이유는 무엇이며 사과표명을 하는데 KBO의중재는 왜 필요하단 말인가.

천보성감독이 삼성 덕아웃으로 와 백인천감독에게 악수를 청하고 최종준단장이 그라운드에 나와팬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면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께 그것으로 모든 문제는 해결됐을 것이다.LG측의 주장대로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한달 보름여에 걸친 추악하기 이를데 없는 상황의 전개들이 '규정확립' 운운하며 자위할 수 있는 것인가. 경기장을 걸어나오며 한 팬이 "LG, 그토록 당당한가"라고 중얼거리던 말이 뇌리를 때린다.

〈허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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