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구의 모 예술극장 무대에서 요즘 한창 뜨고 있다는 신예 록 여가수의 라이브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10대와 20대 초반 신세대 관객들로 꽉 메워진 공연장에 머리가 허옇게 센 50대 신사 한명이 '미운 오리새끼'마냥 옆자리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맞으며 끼여앉아 있었다. 머리가 유난히 희어서 '대구 3백(白)'인사중 한명으로 이름난 이 신사는 평소 부인이 자녀교육 관 계로 외지에 나가 있는 탓에 휴일이면 혼자 영화관이나 각종 공연장을 자주 찾는 '나홀로집 신사 '.
그래서 같은 연배의 '쉰세대'중에서는 '신세대'에 대한 이해도가 꽤나 높은 축에 드는 분이다. 그런 그가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까무라칠만큼 '쇼크'를 받았다며 필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나이 어린 그 여가수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어른들을 비판하는 독설을 쏟아냈다는데 대충 이런 내 용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늘 다같이 광란의 세계로 가자.
어른들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한보다 대선이다 싸우며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리고는 거짓말만 계속한다.
이렇게해서야 나라가 되겠는가.
이런 어른들에게 오늘 꼭 '할 말'이 있다"이어 대사가 멈추고 무대 조명이 어둡게 꺼지는 순간 찢어지는 듯 한 목소리로 이렇게 내뱉었다.
"입 닥쳐 짜식들아!"
졸지에 신세대 음악 한번 들어보러 갔다가 자식또래 아이들 틈 새에 끼인채 꼼짝없이 '입 닥쳐' 야 할 '짜식'이 돼버린 것 이다.
객석의 아이들은 황당해진 흰머리 '짜식'을 남겨둔채 우루루 무대로 뛰어올라가 미친듯 춤을 췄 다.
이쯤되면 '자진퇴장'이 순서였을 터인데 끝까지 앉아 버틴채 의외로 질서있고 열정이 넘치는 무 대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늘의 신세대들이 이런 세계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고나 해봤던가. 그리고 아이들 눈에 비 치고 있는 싸우고 거짓말하는 어른들의 위상은 과연 온전한 것인가, 또한 기존 가치에 동화(同化) 되지 않은 이질적 행위를 나무라기만 하는 편견은 반드시 옳은 것인가' 사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커나온 시절보다는 비교될 수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또 그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그들 나름대로의 부담을 안고 있다. 평범하고서는 버텨낼 수 없는 세계에 사는 아이들로서는 어른들을 황당하게 하고 때로 쇼크를 주 는 사고와 행동을 발산하게 된다. 결국 어른들은 아이들의 그런 튀는 행동양식은 물론이고 생소 한 언어세계에 부딪히며 계속 깜짝깜짝 놀라고 한발 늦은 이해로 내자식이 무슨 생각을 하고 뭘 하며 커고 있는지 감잡기가 바빠진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는데 요즘 애들 어쩌겠나'하는 체념은 아직 이르다. '삐구마맨''따끈맨''삐 리족'의 말뜻은 모르는 어른이지만 빗나간 변화, 튀는 것만 좋은 것인양 잘못 짚고 있는 아이들의 비속적 언어세계에 대해서 아직은 따끔하게 가르칠수 있는 힘을 지녀야 한다. 어제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구속된 것도 젊음의 분출을 이해하는 것과 질서를 벗어난 충동적 일탈 까지 수용해줘야 하는 것은 다른 것임을 잘 일깨워준 힘있는 가르침의 예다. 왜 아이들이 '입 닥쳐!'라고 하는가를 이해하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어른들이 더 강해질 필 요가 있다. 그리고 어른들이 강해지려면 먼저 스스로 강해지고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 어른들은 과연 존경받는 신세대의 '큰바위 얼굴'인지 아니면 '입 닥쳐야 할 짜식들'인지 참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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