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에 계시는 수녀님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꽃동네 근처에 있는 부대에서 군인들이 번갈아가며 꽃동네를 찾아와 청소하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그들과 함께앉아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어느날 대학을 휴학하고 입대한 군인이 꽃동네에서 자기 할머니를만나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할머니의 얼굴은 무척 밝았고 거듭 행복하노라고 말하며손자를 안심시키려 애를 썼다. 부대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서울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가 어디 계신지를 물었다. 몇 달전에 고모집에 가셨으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다는 어머니의 대답에 아들은 분노를 느꼈다.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은 아들은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오늘 꽃동네에서 우리 할머니를 만났어요. 그러나 할머니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계실 때보다 더 밝고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부모님이 늙으시면 그곳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이말을듣고 부모는 당장 달려와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갔다.
이같이 부모-자식간의 천륜마저쉽사리 외면시되고 서로 배반당하고 버림을 받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는 비참한 오늘의 현실앞에서 그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로 돌리고 탓할 것인가? 그것은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참된 인간관,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관을 추구하기 보다는 돈이나 명예, 권력이나 물질을 우상화하고 정신적 유산보다는 물질적 유산을 더 중시하는 풍조의 대가가 아닐까?부모가 비록 돈 한푼이나 땅 한평조차 물려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 할지라도 '하늘을 두려워할줄 알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는 그것만으로도 자식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겨준것이다.
〈수녀·대구효성가톨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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