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선물시장

"런던금속거래소"

18세기후반 영국의 산업혁명이 한창 가속도가 붙기 시작할 무렵 영국은 비철금속의 수요를 자급자족으로는 감당해내지 못했다. 비철금속류의 해외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입원자재의 가격은 연일 폭등, 수입원에 따라 가격도 들쭉날쭉이었다.

영국의 실수요업자들에게 이들의 가격은 중대한 현안문제로 대두되었고 자연스레 업자들 사이에서 비철금속시장의 설립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1877년 이렇게 시작된 런던금속거래소(LME : London Metal Exchange)는 1987년까지는 엄격한 의미에서 선물시장이라기보다 선도(future)거래시장이었다.

즉 계약방법이나 단위, 만기일등이 표준화된 선물시장과는 달리 이들에 대한 제한없이 거래쌍방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선도거래 형식이었다. 당연히 결제기구인 가격청산소도 없었다. 이는훗날 큰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원인이 됐다.

상장품목은 주로 비철금속인 구리, 납, 주석, 알루미늄, 아연, 니켈등의 지금(地金)이며 하루거래는오전, 오후장으로 나눠진다. 여기서 결정된 가격을 LME가격이라고하며 세계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기준이 된다. 비영리조직으로 회원의 출자로 설립 운영되고 있으며 의사결정기구로 이사회가있으나 일상업무는 집행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하부조직으로 거래질서, 창고승인등을 관장하는 상임위원회와 당일의 공식가격을 결정하는 가격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다.가격은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각국의 생산비, 개발비, 투자등을 고려, 정책적으로 결정된다. 구리의경우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개도국이 전체생산의 50%%를 차지하므로 이들의 정치불안에 따라가격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적정재고를 보유할 수 있으나 최근 비철금속의 수요감소로 오히려가격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선물시장과 달리 중개회사들이 중심이 돼 있으므로 실물인도는 실제 계약의 2~5%%선에 불과하고 대개는 만기일 이전에 반대매매를 통하여 청산된다. 중간거래가 활발한 만큼 런던금속거래소는 거대한 창고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12개국 42개소에서 4백8개의 지정창고를 운영하고있다.

문제는 런던금속거래소가 보수적인 운영을 하고있다는 점이다. 미국선물시장이 1982년부터 금융선물을 도입하여 발빠른 성장을 하며 매년 신생거래소가 설립, 중국이나 터키까지 대열에 끼어들고있을 정도로 경쟁에 대비한 반면 런던금속거래소는 해외마케팅 활동을 거의 하지않았다.결국 1985년에는 역사상 최대위기를 맞았다. 주석생산국의 카르텔이었던 국제주석협회가 재고자금부족을 이유로 9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였고 그 손실중 3억달러를 런던금속거래소 회원이 부담하게된것이다. 이 '주석파동'은 런던금속거래소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이사건은청산제도 실시, 달러화 표시거래, 만기일이전 어느때라도 반대매매가 가능한 트레이드 옵션거래를도입하는등 개혁에 불을 당기기도했으나 옛명성을 찾기에는 미흡했다.

우리나라는 94년에 관련상품의 약30%%를 런던거래소에서 계약했으나 미국시장의 부상으로 요즘은 미국쪽으로 쏠리고있다. 태양이 지지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영화를 대변해온 런던금속거래소는'변화하지 않으면 쇠퇴한다'는 냉엄한 철학을 새삼 일깨워주고있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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