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멸종과 생태계" 6천5백만년전에 '잃어버린 세계'인 소르나 섬의 공룡 생태계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인공생명 분야를 개척한 크리스토퍼 랭턴에 따르면 생명은 변화에 대한 요청과 안정의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 만약 심한 변화와 혼돈의 상태가 되거나 반대로 변화가 없고 안정된 상태로 고정된다면 살아있는 시스템은 혼돈과 함께 해체되거나 획일적으로 얼어붙어 멸종하게된다는 것이다.
생명체들이 환경의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스스로에게 좀더 복잡한 적응능력을 부여하고 혼돈과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생명의 영역이 '혼돈의 자장자리'다. 다시 말해 생명체는 혼돈과 안정 사이, 즉 '혼돈의 가장자리'라는 좁은 영역에서만 유지된다는 것이다.영화는 공룡들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강한 자와 약한 자가 서로 공생하면서 섬의 구역을 나누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선대 조상 공룡들의 오랜 적응과정이 학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은 어떻게 쉽게 적응해 살아가고 있을까. 소르나 섬의 공룡 생태계는 어느 시스템 못지 않게 자기 조직화하는 복잡 적응계다.
영화는 공룡들을 소르나 섬으로 다시 안전하게 보내고 그들을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해먼드 박사의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평범한 주장이 이 영화에서 새롭게 들리는 것은 '복잡성의 과학'이 보여주는 생명의 패턴에 있다. 인간은 그동안 지구의 환경을점점 획일화시켜 왔다. 서울과 뉴욕과 도쿄는 똑같은 빌딩 숲이 되었고 매스 미디어와 인터넷은인간의 삶을 하나의 양식으로 옭아매었다. 전 세계를 하나의 전선으로 묶으려는 인간의 노력은스스로를 멸종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
하나로 얼어붙은 환경속에서 과연 우리가 풍성하고 다양한 생명의 패턴을 이어갈 수 있을까. 풍부한 다양성을 지닌 생태계를 파괴하는 우리들의 행동이 스스로를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넘어서게만드는 것은 아닐까.
지구상에는 다섯 번의 큰 멸종이 있었다. 공룡들을 죽인 백악기의 멸종은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끌지만 트라이아스기와 쥬라기 말기에도 멸종은 있었다. 바다와 육지를 덮은 생명의 90%%를 죽여버렸다는 페름기의 멸종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쩌면 인간이 여섯 번째 멸종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변화와 안정의 균형에서 생명의 다양한 속성을 이어 나갈 때 우리들은 이 세계를잃어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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