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정상회담 구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뉴욕방문 3일째인 25일(한국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속에서 준비하고 있던 우리나라 외교팀은 미국측으로부터 회담이 무산될것 같다는 갑작스런 전갈을 받고아연실색했다. 클린턴대통령과 평소 가깝게 지내온 친척(외할머니의 남동생)인 헨리 그레샴씨(92)가 24일 갑작스레 타계,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고향 아칸소의 상가에 문상을 간다는 소식이었다.외교팀에 초비상이 걸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측에 또한번 상황설명을 하면서 '선처'(?)를구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당초 예정됐던 회담시간이 오후 늦게로 재조정되면서 겨우 성사,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회담은 처음부터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미국측은 다자회담서는 특정국가와 정상회담을 않는게 미국정부의 관행이고, 이 시점에서 김대통령과 따로 만나 얘기할 시급한 의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시했었다.그러자 청와대측의'특명'으로 외교팀이 온갖 채널을 총동원, 그야말로 동분서주한 끝에 미 국무부가 한반도 특수상황을 감안해 만나는 게 좋겠다고 백악관에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계속 망설이던 백악관은 김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에서야 우리측의 간절한 요청을 수락했다.사정이 이쯤 되다보니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회담시간 15분. 미국측은 처음에 딱 5분간 대좌, TV카메라없이 스틸카메라취재만 허용하자는 식으로 나왔다고 알려졌고, 회담장소도 미국측이 제시한 유엔대표부 건물로 '군말없이'정해졌다.한마디로 비참한 꼴이다.

우리로서는 4자회담이라든가 대북식량지원 문제 등 나름대로 미국측과 현안에 대해 재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어려운 국내 상황속에서 대통령이 굳이 해외순방길에 나서야했느냐는 따가운여론도 부담인 게 사실이다.

〈뉴욕.吳起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