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영국인이다. 조금 의외이긴 하지만 북경이나 천진 같은 대도시 에 사는 지식층 등에 물어보면 '일본인보다도 더 싫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 1백년을 영 국에게 점령당했던 홍콩도 영국 덕에 번영을 누린 도시였지만 사실상 식민지와 다름없는 빼앗긴 땅에 대한 한(恨)이 있었다.
요며칠새 TV에 자주 비치는 홍콩의 초고층 빌딩숲 가운데 가장 아름 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삼각형 모양의 뾰족한 유리건물도 사실은 칼날 같은 모서리가 멀리보이는 영국 총독관저를 정면으로 찌르는 묘한 각도로 세워져 있다. 중국계 홍콩인인 설계자가 의도적으 로 총독에 대한 반감과 저항의식을 건축물을 통해 발산시켰다는 게 정설로 떠돈다. 그런 반영국감정이 곳곳에 배어 있는 홍콩이 이제 몇 시간 후면 중국 땅으로 되돌아 가면서 지나 온 1백년이 가져다 준 눈부신 변화의 바탕 위에서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 그 러한 홍콩이 이제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지난주 홍콩에서 우연 히 세사람의 대구사람들을 만났다.
세사람 모두 30대 초반. 그중 경북대를 나왔다는 한 사람은 연봉이 8억원. ING라는 홍콩의 국제금융회사에서 아시아지역 총책을 맡고 있었다. 홍콩바닥에서 내 로라 하는 세계각국의 금융인들과 겨루며 월급 7천만원을 받는 수준이면 홍콩에 진출해 있는 한 국 금융기관의 엘리트들에게는 카리스마적인 거물인 셈이다. 나머지 두사람도 대구지역 금융계에 서 뽑혀 나가있는 프로급의 현지 에이전트들. 그들 설명으로는 현재 홍콩 금융시장에 진출해 있 는 한국의 은행, 리스 회사등 금융업체는 83개.
이중 영업을 제대로 시작하고 있는 업체는 60개뿐
이고 나머지는 23개 점포는 아직 홍콩당국의 영업승인 비준을 받지 못한 채 비싼 사무실 임대료 만 꼬박꼬박물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왜 25%%가 넘는 업체들이 개점 휴업상태로 경쟁도 못해보 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들의 진단은 한마디로 한국의 정치 상황과 정경유착의 부정적 이미지 탓 이 컸다는 해석이다.
홍콩 금융시장에 진출한 세계각국의 제 1, 제 2금융권의 금융업체중 한국이 여섯 번째로 많이 진출해있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의 경제(금융)가 잘못되면 홍콩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이 결코 만만찮게 된다는 우려에서 얼마전부터 영업허가를 억제 시켰다는 얘기다. 한마디 로 한국계 금융기관에게는 나라꼴이 불안해서 싼 금리의 대출이나 금융영업을인가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홍콩에서 금융수익을 올리기 위해 모국정부로부터 해외진출 허가를 따내는데 1년이 넘게 걸린데 비해 홍콩에서 영업허가를 따는데는 단 1개월밖에 안 걸렸다는 사실도 한국의 정치권이나 정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하는 예다. 이렇게 되면 연봉 8억원을 받을 정도의 뛰어난 인재들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모국을 위해 뛰어주려해도 모국의 정치권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짓만 하 고있으면 홍콩은 우리에게 유익한 변화는 고사하고 더 냉랭한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정치권의 파행과 불신이 집안의 소모전과 안방의 폐해로만 끝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정치권이 안방에서 허튼 짓 못난 소리 한마디 할 때마다 나라밖에서 뛰고있는 젊은 세대들은 좌 절과 통분으로 가슴을 쳐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충신역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무대 로 나가보면 누가 나라를 망치고 있는 역적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정치권이 더 이상 쪽박이나 깨지 말아달라는게 세계를 뛰고 있는 젊은이들의 부탁인 것 같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