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표직 내놓은 이전대표측 표정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전대표는 1일 오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주례보고를 마치고 여의도당사 대표실에 돌아온뒤 "홀가분하다"고 대표직을 내놓은 소감을 피력했다.

이전대표는 대표실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신영균(申榮均) 박세환(朴世煥) 홍준표(洪準杓) 안상수(安商守) 김문수(金文洙)의원 등 특보들이 "이제 대표특보가 아닌 대선예비주자 특보로 남겠다"고 인사하자 "고맙다"고 말했다.

이전대표의 고흥길(高興吉)특보는 "이만섭(李萬燮)대표서리는 정치경륜이 풍부한 분으로 당의 경선을 공평무사하고 객관적으로 이끌어 나가실 분"이라면서 "이대표서리가 정발협 고문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이대표서리를 지명한 것은 그가 정발협 고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정치경력과 당내비중을 고려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특보는 당초 예상했던 박관용(朴寬用)사무총장의 직무대행체제 대신 대표서리체제가 도입된데대해 "박총장에게는 경선관리라는 고유업무를 충실히 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본다"고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앞서 이전대표는 구기동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례보고에서 김영삼대통령과 의견을 조율할 사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뭐 특별히 의견을 조율할 만한 사안이 있겠느냐"고 구체적인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오늘 주례보고는 대표직 사퇴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자리"라면서 "다른 문제는 별로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그러나 "오늘 주례보고는 나름대로 중요한 자리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이날 주례보고를 끝으로 당내 7명의 대선예비주자 중 한명이라는 '평범한' 신분으로 돌아간 이대표로서는 김대통령으로부터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암시하는 발언이다.이전대표는 그러나 50여분에 걸친 김대통령과의 마지막 '독대'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선에 임하는 '김심'을 어느정도 확인하려 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이대표측은 우선 김대통령이 유엔 및 멕시코 방문을 위해 국내를 비운 동안 범민주계 정발협이이대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배경에 대해 다소 의구심을 품고 있는게 사실이다.정발협의 '반이공세'는 이대표를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계산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김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서기전 김광일정치특보를 임명한 진의도 확인하고 싶어했던게 사실이다. 김특보의 임무가 만약 '이대표 배제'라면 이는 중대한 사태이기 때문이다.이대표측은 그러나 "이제 당당하게 경선에 임해 승리하는 것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이대표가 '김심'을 확인하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한 측근은 "김대통령 부재중 있었던 당내외 현안들에게 관해 담담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경선에 임하는 기본입장을 설명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른바 '김심'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심'이 만약 이대표를 떠나 있다면 매달려봐야 약한 모습만 보여줄 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아니며, 그보다는 오히려 당당하게 대세를 잡아가는 것이 '김심'을 잡는 지름길이라는게 이대표진영의 기본입장이라는 것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대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대표에서 물러난뒤 발생할수 있는 기류변화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경이 감추어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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