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패션조합 어디로 가나

출범한지 5년째인 대구패션조합(이사장 서건웅·크리스가 대표)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현 서건웅이사장이 지난 20일 또다시 사표를 냄으로써 당분간 대구패션조합의 정상화와 그를 통한 대구섬유패션문화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게 됐다.

초대 전상진이사장(전상진패션대표)이 1년 임기를 마친후 박정갑(모이소타 대표) 천수억(자렌 대표) 김하조(금오주단 대표) 서건웅씨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정상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하거나 잔여임기만 채우는 악순환이 거듭되자 일부 조합원들은 '과연 패션조합이 필요한가'라는 회의론마저 거론하고 있다.

서이사장의 이번 사퇴는 불과 세달밖에 남지않은 대구콜렉션(10월10~12일)의 해외디자이너 초청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않았고, 대구의 디자이너들조차 행사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 자칫 대구콜렉션이 좌초되지 않을까하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지만 이 기회에 조합내부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대구패션조합은 그동안 적은 인원과 조직으로 대구콜렉션,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 경북콜렉션, 패션디자인경진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치르다보니 마치 '시도 행사 대행기구'처럼 인식돼 창립목적인 여성기성복의 건전한 발전과 조합원의 경제적 지위향상 등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이사장 부임이후 조합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일했지만 호응이 없었다"는 서이사장은 낮은 재정자립도와 조합원들의 무관심, 선후배간의 인화단결 미흡이 조직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운영기금 마련을 위해 양대 백화점을 번갈아가며 바자회를 할때나 대구콜렉션등을 치를때에도자발적인 협조자보다 모셔주기를 바라거나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비협조적인 회원들이 많았다"고 서씨는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파리의 패션조합이 하이패션 디자이너나 어패럴업체 대표, 아동복관계자, 영세사업자 등 다양한계층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패션조합은 여성복 사업자로 한정짓고 있는 가입기준을개선하는 문제또한 시급하다.

"운영의 묘를 살려 과도기에는 신입회원들에게 납입금(현재 특별회비 출자금 연회비 입회비 등 3백40만원) 경감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권순원씨(유원어패럴 대표)는 조합원들의 단합과 전문성 제고만이 패션조합이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다음달에 김진문씨(옴브레 대표)가 새로 조합원에 들어올 예정이며 5~6개사가 추가 가입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패션조합의 업무처리 능력이나 행정능력을 높여서 비상근 조합장의 일을 분담해주고, 대외적인이미지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최태용씨(앙비숑 대표)는 조합 상근직원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여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조합장의 상근론'에 대해 가뜩이나 재정구조가 취약한데 조합장을 상근시키는 것은어불성설이라며 "디자이너가 아닌 행정력이 있는 조합장을 선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견해도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패션아카데미, 대구패션협의회, 중진급 등으로 사분오열된 패션조합원들간에 선후배간의의리와 인정이 살아나야 하며, 대구시와 패션조합과의 관계도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는 주장이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가을에 치를 대구콜렉션의 경우도 시에서 해외디자이너 초청문제를 맡았다가 성사가 되지 않자 뒤늦게 패션조합에 떠넘기려 하자 '대구콜렉션이 좌초되는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 열린 제8회 대구콜렉션에 대구패션조합이 까스텔 바작, 로리타 렘피카등 프랑스 디자이너를 초청하고 자크 뮤끌리에 등 파리의상단체장들의 초청에 성공한 점은 서울패션계에서도 재평가하고 있을 정도인데도 '운이 좋았던 덕'식으로 공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서건웅 이사장의 사표제출파동이 수입옷의 범람과 경기침체에다 조합원들의 잇따른 세무조사(김선자, 박동준, 최복호, 서건웅 등)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대구패션조합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승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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