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느닷없이 이런 전화를 받았다. "스님, 나는 제사를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우주여행을 눈앞에 둔 시대에 그런 미신따위는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학 운운하면서 전통적으로 행해오던 미풍양속마저 미신으로 치부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영적구제의 고차원적인 이론은 접어두고서라도 우리나라 사람이면 반드시 되짚어야 할 일이 바로 이 제사문제이다.
종교학자 기시모토히데오의 말대로 미신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서 생각하여 보자. 미신이란 당면한 일의 해결방법이 아주 잘못되었을 뿐아니라, 현재생활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경우를 말한다.예를들어 더러운 물을 영수(靈水)라고 생각하여 병든 눈을 씻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제사는 결코 미신이 아니다. 굳이, 과학이냐 종교이냐라고 따진다면 제사는 종교의 영역이다. 과학은 감각으로 잡히는 현상만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종교는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정신적 질서까지도 소홀히 보지 않는다. 관찰되지 않는 세계가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잘 간파한과학자도 더러 있다.
아인슈타인은 종교성이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라고까지 하였다. 그렇다. 종교와 과학은 마찰과 갈등의 서로 다른 분야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제사는 문명과학시대에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다. 조상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운명공동체의 하나됨의 느낌을 확인 할 수 있는 유일한 전통문화가 이 제사라고 본다. 지금 모든 절에서는 세속적인 제사하고는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백중이라는 제사를 49일간 봉행하고 있다. 이 한몸은 온우주공간, 영겁의 세월과 맞닿아 있다. 합리적, 과학적이라는 말을 아무데나 갖다붙여서는 곤란하다.
〈영남불교대학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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