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박정희 신화'의 논리

"서상호〈심의실장〉"

*신화인가 거품인가

박정희시대에 이뤄진 한강의 기적은 그야말로 '박정희신화'인가 아니면 독재의 수단으로는 이루지 말았어야 하는 '박정희 교훈'인가.

90년대들어 박정희 전대통령의 인기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엄청나게 오르자 반박정희세력인소위 민주화그룹의 논객들은 "지금 우리나라에는 박정희의 유령이 전국을 배회하고 있다"며 그의독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인기는 현실정치에 대한 반발이고 막연히 "그때가 좋았다"는 향수에 지나지 않는데다 논리가 없기때문에 곧 사그러질 거품이라는 주장이다.과연 그럴까.

박전대통령이 처음으로 무게있는 평가를 받은 것은 아무래도 92년 경주에서 있은 우리나라 정치·행정학교수가 모인 세미나에서가 아닌가 한다. 여기서 박전대통령은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대통령 1위에 선정되었다. 그뒤 모든 조사에서 언제나 1위를 하더니 지난해 연말 공보부조사에서는 세종대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까지 부상했다.5년넘게 계속되었으면 이는 분명 거품이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동구등 수많은 개도국들이 박정희 모델을 원용하거나연구하고 있다.

*개발독재의 논리들

그럼 박정희신화에는 논리가 없는 것일까. 여기에는 소위 개발독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94년 미국 하버드대학 로버트 바로교수는 한국·대만등 개발독재국가는 경제성장으로 인해 민주화가 진행되었고 70년대 독립한 아프리카국가들은 경제사정이 나쁜데서 민주화가 선행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교수는 경제발전이 민주주의 성장의 필수요건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그리고 개도국에서는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사무엘 헌팅턴은 민주화가 산업화를 가져온다던 자신의 60년대 주장을 뒤집고 최근에는 경제발전이 결과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가져온다고 산업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있다. 그외도 미 MIT교수인 앨리스 암스덴의 경제적 민주주의론이나 국제언론인협회의 서울총회서 나온 개발독재 효율론등은 모두 박정희신화를 뒷받침하는 논리들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개도국중 민주화로 산업화를 성공시킨 예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존경의 대상일뿐

박정희 인기가 하늘높은줄 모르자 소위 대선주자들도 너도나도 박정희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옛날에 박정희를 비판했던 사람까지도.

21세기 박정희론이 나오나 하면 뉴(new)박론(朴論)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서 좋은 현상은 아니다. 왜냐하면 박정희대통령은 존경의 대상이지 모방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정희식 통치스타일은 산업화시대에서는 신화를 낳을 수 있어도 지금과 같은 정보화시대에서는신화를 낳을 수 없는 것이다. 국정도 정부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으로, 국가권력도 정부우위에서민간우위로, 시대도 효율성우위에서 창의력우위로 바뀌고 있는 시대에서 효율성위주의 권위주위는 발붙일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념대립의 절대주의시대에서 다원주의시대로 넘어온 만큼 이제 지도자는 '나를 따르라'는 연개소문형보다는 조정과 설득을 할 수 있는 왕건형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 정치권력이나 석학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철시켜 성공을 거둔 고속도건설이나 불균형성장이론등과 같은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박정희의 직관력같은 것은 21세기를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필요한 덕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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