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넋을 잃었다. 하루 아침에 할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상주(喪主)는 곡소리조차 낼 힘이 없었다. 시어머니와 남편을 떠나보낸 며느리의 눈엔 초점이 없었다.
증손자인 윤모군(15)이 싸늘히 식은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3일 오후 1시.큰방 문짝에 목을 맨 채 숨져있는 할아버지를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곧이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작은 방에서 숨을 거둔 증조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데려간다. 형제들끼리 우애있게 지내거라...'
치매를 앓던 노모(98)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윤모씨(66)가 남긴 유서다. 윤씨도 지난 95년부터 피부가 썩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다. 서울과 대구 병원을오가며 치료하길 3년째. 불치 선고를 받은 윤씨는 노모를 볼 낯이 없었다. 대소변조차 못가리는구순 노모와 자신의 병수발을 묵묵히 들던 부인에게도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3일 낮 12시쯤 윤씨는 큰 아들(43)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일을 아들에게 떠맡기고 간다는 죄책감이 컸던 것. "나는 병도 못고치고 이젠 안된다. 조용히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4일 아침 상가집에선 곡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간밤에 하도 울어 지친 것일까. 4대가 옹기종기 모여 단란하게 살아 보려던 꿈은 깨어지고 없었다. 흰 국화꽃만이 말없이 상가집 문을 지키고 있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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