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현철씨 첫공판 새로 드러난 사실

"경복고 동문들 애로사항 청탁"

7일 김현철씨 첫 공판에서 동문 기업인들의 월정금 상납경위 및 전세봉 감사위원의 역할이나 금품 전달 수법등이 새롭게 밝혀져 관심을 끌었다.

▲ 전세봉씨 주선 '대통령당선 축하모임'부터 동문 월정금 상납

현철씨와 동문 기업인들을 맺어준 연결고리는 전세봉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으로 그가 주선한93년 3월 '대통령 당선축하모임'을 계기로 동문기업인들이 월정금을 상납하기 시작했다.현철씨 경복고 선배(59년 졸업)인 전 감사위원은 서울대법대-군법무관 출신으로 87년 해군 법무감으로 예편한 뒤 대통령 사정-민정비서관을 거쳐 93년 조달청 차장·청장에 이어 95년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현철씨 인맥으로 알려져 있다.

전 감사위원은 92년 대선 직전인 92년 9월 고교동문 식사모임에서 현철씨와 김덕영 두양그룹 회장을 맺어준데 이어 이듬해 3월 '대통령당선 축하모임'을 통해 김회장외에 신성그룹 신영환회장과 최승진 전우성그룹 부회장을 소개한 뒤 이들 기업인이 번갈아가며 현철씨에게 개인 활동비등명목으로 매달 6천만원씩 상납하도록 주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모임에서 동문 기업인들은 두양그룹 김회장의 소송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김소장(현철씨 지칭)이 동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달라"는 등 주로 '이권청탁'성 발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 간 사이 양복 호주머니에 봉투 투입'

현철씨는 주로 전 감사위원 주선으로 매월하순 정례 동문모임을 가지면서 '식사나 술자리중 잠시자리를 비우거나 대화에 열중해 있는 틈'을 이용, 주로 김덕영회장이 현철씨 양복상의 안주머니에수표가 든 봉투를 넣어주는 식으로 돈을 전달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철씨는 그러나 "보통 동문모임이 주석(酒席)을 겸하고 있는데다 혼잡한 분위기여서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으로 일관했다.

▲외부노출 우려, 돈세탁된 헌수표로 받아

현철씨는 한솔그룹 조동만 부사장으로부터 김기섭 전안기부 차장을 통해 매월 5천만원씩을 상납받으면서 94년에는 1백만원짜리 수표로 받다가 95년부터는 외부노출을 극히 우려, 수차례 돈세탁을 거쳐 추적이 불가능한 업소용 10만원짜리 헌수표로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현철씨는 조부사장에게 위탁 관리시킨 50억원은 물론 매월 5천만원씩의 월정금을 받고 있는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몹시 우려했고 그같은 뜻에 따라 김 전차장이 조부사장으로부터 받은 5천만원을 시중에서 10만원짜리 헌수표로 세탁한 뒤 현철씨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나사본 총무 백창현씨 지원명목으로 3억원 제공

현철씨는 지난 95년 8월 이성호씨에게 22억5천만원을 돈세탁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그 돈 가운데 3억원을 당시 부도위기에 처한 전나사본 총무 백창현씨에 대한 지원명목으로 박태중씨에게 주도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현철씨가 문민정부들어 직접 관리해온 차명계좌는 이성호, 한창우, 남상극, 방병세, 김순영, 이규태, 이종환, 한은주, 홍경란등 타인명의로 모두 14~15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현철씨는 지난 90년초 중대부중 동창인 신모씨의 소개로 이성호씨를 알게됐고 비슷한 시기인 같은해 3월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 최고위원의 의전·민정특보직을 맡고 있던 김기섭 전안기부 운영차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 전안기부 차장은 지난 91년 이씨의 부친 이건 대호그룹 회장의 소개로 아들인 이씨를 알게 됐으며 그후 두사람과 현철씨는 서로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철씨 실명제직후 50억원 6개월 보관

현철씨는 실명제 직후인 지난93년 11월 8일 김기섭 전안기부 운영차장을 통해 실명전환한 50억원을 인출, 자금추적등을 우려해 6개월이상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검찰에 따르면 현철씨는 93년 10월초 김씨에 의뢰, 타인 명의의 3개 차명계좌에 나눠 입금시키는방식으로 실명전환한뒤 한달만에 50억원 전액을 인출했으며 94년5월 한솔 조동만부사장에게 맡기기 전까지 그대로 갖고 있었다.

검찰은 7일 공판에서 6개월이상 50억원이란 거액을 금융기관에 예치시키지 않은이유가 자금 출처가 탄로날 것을 우려한 때문이 아니냐고 현철씨를 추궁했으며 현철씨는 "그렇게도 볼수 있다"며사실상 시인했다.

▲이성호씨, 현철씨돈 50억원 현금 자택 보관

이성호 전대호건설 사장은 현철씨가 지난93년 10월 맡긴 50억원을 국세청의 실명조사를 우려, 사과상자 21개에 넣어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 전액 현금으로 보관하고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이씨는 당시 현철씨로 부터 실명전환 부탁과 함께 받은 50억원을 잠시 증권계좌에 넣어 두었다가현금으로 조금씩 인출해 자택에 보관해 왔으며 당시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5천만원씩 5개월간 현철씨에게 건넨 2억5천만원을 자비로 충당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이씨가 50억원을 현금으로 전액 보관하고 있었으며 5개월간 제공한 2억5천만원을 자비로 충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으나 현철씨는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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