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 중학교 2년생 찬호(15·가명)는 지난 4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를 빠져나와 곧장 파출소로 향했다. 친구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했던 것.
성준, 정식, 태원, 병수(이상 가명)가 무서웠다. 또 학교와 선생님도 믿을 수 없었다. 지난 4개월은참기 힘든 시간. 걸핏하면 불러내 빵, 과자, 음료수를 사오라고 했다. 숙제도 대신해달라고 했다.조금만 싫은 기색을 해도 주먹이 날아들었다. 교실 구석에 눕혀놓고 마구 밟았다.병수는 콘돔을 사오라고 시켰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사야할지도 몰라 찬호는'명령'을 거부했다. 돌아온 건 무자비한 몰매. 교실에서 벌어지는 '집단 테러'에도 아이들은 모른채 했다. 언제자신에게 주먹이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 이들로부터 맞고 돈을 빼앗긴 아이들은 대략 스무명은된다.
용기를 냈지만 찬호는 파출소 출입문 앞에서 머뭇거렸다. 향촌동파 조직폭력배를 '형님'으로 모신다던 성준이 얼굴이 떠올랐던 것. 성준이는 학교'장군'이다. 아무도 못 건드린다. 학교를 마치면인근 중학교 '장군'들과 항상 몰려다닌다.
"선생님께 얘기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지. 그저 몇 대 꾸중듣고 나와선 아이들을 더 괴롭혔잖아. 이젠 끝내야 해…" 찬호는 눈을 질끈 감고 신고했다.
하지만 학교와 친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왜 내게 먼저 말하지 않았느냐"고 꾸짖는 담임선생님,"너 때문에 공연히 더 피해 보게 생겼다"며 핀잔을 주는 친구들. 성준이는 한술 더떠 경찰서를 나오며 "내가 처벌받으면 죽여버리겠다"며 겁을 줬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친구들도 하나같이 뺏긴 돈을 며칠전 되돌려 받았다고 진술했다.
"후회하진 않아요. 제 별명이 '찬밥'인데 이번에도 찬밥 신세 면하지 못할 것 같네요. 조금만 서로 도우면 그 애들이 괴롭히지 못하게 할 수 있을텐데…" 찬호는 여전히 외롭고 두렵다고 했다.〈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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