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속의 과학-블레이드 러너

"사이버 펑크" 60년대 히피족들은 기성의 사회통념이나 가치체계 생활양식에 반발하며 반전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자연으로 돌아가자 는 슬로건을 내걸고 섹스와 마약, 로큰롤에 탐닉했다.히피족의 전통은 70년대 펑크족으로 이어졌다. 펑크족은 대중문화에 반하는 하위문화를 형성하면서 사회가 갖고 있는 타성을 견제하고 보수주의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했다.

90년대에 들어와 컴퓨터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컴퓨터 문화가 사회전체를 주도하게 되면서 새로운형태의 하위문화가 등장했다. 이른바 사이버펑크(Cyber punk)가 그것이다.

사이버 시대의 반항아 라는 의미를 가진 사이버펑크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을 깊숙이 지배하고있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반항문화다.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자기들끼리 폐쇄적이고 열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몰두하는 컴퓨터 광들이나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가진 골수 해커들은 물론이고다마고치에 정신을 뺏긴 국민학생들과 비디오 게임에 중독된 10대들도 넒은 의미에서 사이버펑크족에 속한다.

사이버펑크가 그리는 미래상은 사이버펑크 로 분류되는 영화들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사이버펑크의 대표적인 블레이드 러너 의 무대는 2019년 미국의 어느 거대 도시. 코카콜라 네온 간판과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의 미소가 빌딩 숲 맨 꼭대기를 장식하고 좁다란 골목길에서는 인조인간들의 부속품을 뒷거래하는 암시장이 있다. 인간들은 자신과 거의 똑같은 신체와 지능을 가진 레플리컨트들을 만들어 전쟁과 노동에 이용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 도시의 뒷골목은 사이버 펑크족들이 그리는 불안정하고 암울한 미래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60년대 히피문화가 대중문화가 될 수 없었던 것처럼 고도의 컴퓨터 사회가 된다하더라도 사이버펑크가 주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히피가 사라진 지금도 히피정신은 남아 있어야 하지않을까. 삐뚤어진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저항, 젊은이의 패기와 열정은 계속 남아서 사회가 고여썩지 않도록 한다. 사이버펑크의 정신 역시 마찬가지다. 사이버펑크 정신은 사이버스페이스 안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이버펑크족들은 사이버스페이스와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현실로 나와 사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야 한다. 새로운 것만이 세상을 바꿀수 있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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