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의 어느 부대는 종교를 선택할 자유는 주지만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는 주지 않는다고 한다.무종교자라도 일요일이면 교회, 성당, 사찰중 한 곳을 선택하여 예배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몸이불편한 사람이라도 옆사람의 등에 업혀서라도 반드시 종교행사에 나가야 하는게 상부의 지시라고한다.
무종교의 자유는 박탈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명령을 우선으로 따르게 되어 있는 군이란 집단은 이렇게 국민이 누려야 할 자유를 임의로 박탈해도 된단 말인가.
최근 논산훈련소에서는 군종장교가 인격교양시간에 특정종교의 교리를 가르친후 훈련병들에게 세례서약을 받아 말썽을 빚기도 했다. 조교들조차도 편하게 훈련을 받으려면 세례를 받고 종교를갖는게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군부대 내부에서 무종교의 자유가 박탈되면서 은밀스런 압력과 더불어 특정 종교쪽의 전도사업이 활발해지자 불교계가 들고 일어났고 급기야는 국방장관이 사과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했다.
실제로 불교를 믿는 군인들은 눈에 보이게 안보이게 핍박받기 일쑤이며 때론 내무생활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지난 3월 육군특수전 학교에서는 불교신도 하사관들이 영내 법당이 있는 사실조차 모른채 다른 종교에서 인성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법회에 참석한 몇몇 군인들은 벌점을 받고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연못에 연꽃을 뽑아버려
불교의 천대는 문민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서슬퍼랬던 3공화국 5공화국때도 종교를 탄압하지는 않았다. 유독 문민정부가 눈에 띄게 불교계와 마찰을 빚으면서 연달아 말썽을 일으킨 것은대통령이 독실한 크리스찬이기 때문에 과잉충성하려는 아랫사람들이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해서비롯된 것 같다.
육군 제17사단 직할전차대대에서 있었던 법당 불상 훼손사건이나 청와대내의 불상제거사건도 모두 대통령의 종교입맛의 간을 미리 맞추다 빚어낸 불상사였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난 96년 1월21일 국방부내 국군중앙교회 예배에 참석하기위해 인근 법당을 봉쇄하고 일요정기법회를 열지못하도록 한 청와대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불교를 억압하고 멸시한 것은 비단 군부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법정스님이 어느신문에 기고한 '연못에 연꽃이 없더라'란 칼럼을 보면 해도해도 너무 한다싶어 기가 찬다."독립기념관내 백련못 8천평에는 이름대로 백련(白蓮)을 심어 백의민족의 기상을 상징토록 했는데 연꽃은 불교의 꽃이라 하여 뽑아버리라는 상부지시가 내렸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경복궁과창덕궁에도 마찬가지로 연못은 있어도 연꽃은 없더라. 불교에 대한 박해가 심했던 조선조때부터심어 애지중지 가꿔온 연꽃이 문민시대에 뽑혀나간 이 연꽃의 수난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는 연못에서 연꽃을 볼수 없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꽃과 종교를 착각하는 편견
꽃은 꽃일뿐 꽃이 종교는 아니다. 그러나 상징물일 수는 있다. 19세기의 이규경(李圭景)은 "정신적으로 청한한 복이 있는 사람이라야 꽃을 사랑할 수 있는 복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양화소록'이란 글을 남긴 강희안(姜希顔)은 "화훼를 재배하는 것은 마음과 뜻을 닦고 덕성을 함양하고자함이다. 운치와 격조·절조가 없는 꽃은 완상할 것이 못된다. 꽃은 울타리주변 또는 담장밑에 심어 가까이 하지 아니할 일이다"며 꽃의 품격을 말한 적이 있다.
꽃의 품격이 이럴진대 꽃은 꽃으로서 대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시대는 연못에 연꽃을뽑아버린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부도덕성으로 난도질당한 문민정부의 상처는 어쩌면 꽃을 꽃으로 보지못한 맹목과 오만이 빚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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