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황장엽의 전쟁경고

전북한노동당비서 황장엽씨의 기자회견은 우리의 나태에 가까운 안일과 방심을 새롭게 일깨워준좋은 계기가 됐다.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에 이어 2시간넘게 진행된 회견은 그동안 북한당국이기회있을때마다 내뱉었던 전쟁위협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했거나 설마 그럴리가 있을수 있느냐는 낙관론을 반성케 하는 참다운 기회가 됐다.

이번 황씨의 발언을 통해 우리는 몇가지 점에 주목할 필요를 느낀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인식이며 둘째는 황장엽리스트에 관한 시사, 그리고 나머지 셋째는 망명동기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된 것을 들수 있다.

첫째, 북한의 전쟁준비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통일한반도의 대통령이 될 꿈의 실현을 위해 지금도 적화무력통일의 길을 달리고 있다고한다.

그는 북한의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도 6개월간의 전쟁물자를 비축하고 있으며 기회가 오면 서울에5~6분동안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 불바다를 만든 다음 일본공격을 히든카드로 삼아 미국의 개입을 저지한다는 기본전략을 갖고 있다. 1인독재체제를 이끌고 있는 김정일은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로 삼고, 그의 출생연도를 원년으로 하여 '주체연호'를 사용한다는 발상에서 우리는 김정일의 광기를 읽을 수 있다.

또 북한에는 온건파와 강경파가 있을수 없다는 황씨의 증언은 곧 '짐이 국가'라는 전제군주시대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황씨의 이번 회견은 북한의 전쟁준비실상을 백일하에 드러내 맹목적이고 낭만적인 남쪽의 보편적 선의(善意)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가를 실체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둘째, 소위 말하는 황장엽리스트는 파일화된 구체적 명단은 없다하더라도 전혀 없는 것도 아닌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것이다. 황씨는 망명후 조사과정에서 보고 들은바와 북한서 접촉했던 남한인사에 대해 진술할 것은 죄다 말했다고 하니 우리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뿐이다.그러나 만에하나 대선을 앞두고 황리스트가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든지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예는 없어야 한다.

셋째, 황씨의 망명동기를 두고 설왕설래도 많았지만 안기부의 조사결과와 또 진솔한 회견태도를보아 더 이상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게 공통적 견해였다. 황씨가 트로이의 목마나 나치의헤스역이 아닌것은 크게 다행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분명해졌다. 황씨의 주장대로 어떤수를 써서라도 전쟁은억제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북한을 개방과 개혁의 국제대열로 끌고 나와야 한다. 그것이 우리민족의 절체절명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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