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찬종 이회창 금품살포 주장 판문

소문과 주장만 난무하고 주체와 객체가 불분명했던 신한국당의 경선을 둘러싼 금품살포 파문이13일 실명과 금액까지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증거를 갖고 있다"에서 "이회창(李會昌)후보 측이 원외위원장 2명이상에게 5천만씩 주었다"는 단계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를 주장한 것은 박찬종(朴燦鍾)후보다.

금품살포 파문은 작게는 주장한 측이나 거명된 측이나 정치생명의 유지 여부가 달린 문제이고 크게 보면 여당경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를 메가톤급 폭발력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조사를 하면 하는대로, 또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대로 신한국당을 포함한 여권으로서는 헤쳐 나가기 힘든 국면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듯 "전날 경선에 불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품살포설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무시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던 이만섭(李萬燮)대표서리 등 신한국당 지도부도 "증거를 제출하면 즉각 엄격히 철두철미하게 조사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주자진영도 "만약에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이는 대의원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김덕룡), "경악을 금치 못하며 당선관위와 검찰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을해소해야 한다"(이한동), "매우 우려할 만한 사태며 이후보측이 '법대로'사실을 밝혀야 한다"(이수성),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공개해야 하고 사실로 밝혀지면 공권력이 개입해야 한다"(최병렬)는반응을 보였다.

만일 박후보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는 경선의 결과를 불문하고 이후보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법대로',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칭에 맞지 않게 구시대적 돈선거의 주역으로 떠오른다는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반대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될 경우, 박후보는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될 정도로 사안은 심각하기만 하다. 두 후보 모두 정치생명이 걸린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또 박후보의 이 발언으로 당장 사실여부를 떠나 그동안 이후보 쪽에서 공을 들여온 박후보와의연대는 사실상 물건너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후보가 이후보를 향해 칼을 빼들었고,이후보도 마찬가지로 칼을 들이대는 상대방을 끌어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사안이 조기에 마무리되거나 파장이 대단치 않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21일 이후에도 그 파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불복이나 불공정 시비를양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후보는 14일 전주연설회에 앞서서도 "선의에서 공정한 출발선을 지키자는 의도였다"며 "그러나당지도부나 타주자 진영에서 판을 깨려 한다거나 구실을 찾기 위한 수단이라고 매도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고 강공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회창후보 진영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여전히 지지율 하위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성을 잃은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자폭행위라는 것이다. 이후보 진영의 박성범대변인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박후보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후보직 사퇴까지 거론했다.

〈李東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