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있다.
동향(同鄕)이라는 지연(地緣)이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어준다는 말이기도한데 요즘 합동유세에 나 선 경선후보들이 너도나도 가는곳마다 그쪽 까마귀임을 내세우고 있다. 아무리 한 표가 아쉬운 선거판이라지만 명색이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물들의 처신치고는 그다지 미더운 모습이 못되는 것 같다.
더욱이 이들의 '고향 까마귀'주장을 들어보면 딱하다못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처갓집 고향''아들을 낳은곳'에다 '사춘기를 보낸 곳''여동생이 태어난 곳'등 궁색하기가 그지없다. '중학 동창생 외삼촌 처제의 담임선생의 옆집 딸 남자친구의 고향'이라는 말이 안나온게 다행일 정도 다. 더구나 지연과 지역연고를 들먹이면서도 하나같이 '지역주의'의 원론적 시비에 대해서는 그래 서는 안된다는 모순된 목소리를 높인다.
21세기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그들도 목적을 위해서는 과정과 방법에서의 모순쯤은 무시해도 그만 이라는 낡은 정치논리에 젖어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 고향의 지연에 기대지 않고는 홀로 설 수 없는 듯한 사람들, 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이 나약해 보이는 건'고향 까마귀'얘기에서 뿐만이 아니다. 유세지역이 바뀔때마다 카멜레온 처럼 보호색을 바꿔가며 말을 바꾸는 모습에서도 소신없는 나약함을 느낄 수 있다. 대구에서 입 을 모아 박정희 전대통령을 예찬하며 박통신드롬의 후광효과를 업으려 하다가 광주에 가면 '5· 18'을 찬양하고 '민주성도(聖都)'로까지 극찬한다. 물론 그 전날 박정희 전대통령을 예찬한 자를 철저히 비난한다. 그러다 부산에 가면 다시 앞다퉈 유신정권을 비난하고 김영삼대통령이 '제1의 민족지도자'요 개혁의 지도자임을 침이 마르게 찬양했다.
광주에서는 5·18의 후광효과를 업으려 들었고 대구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후광효과를, 부산에 서는 김심의 후광효과에 기대려 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어느 지역에 가서든 일관된 정론(政論)과 21세기적인 통치이념에 근거한 자신만의 비전을 기치로 내걸고 후광은 벗어던진채 홀로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부처님의 후광(後光)효과도 회교 국가에서는 허상이 되듯이 박정희 신드롬도 광주에서는 허상이 되고 김심의 후광효과도 대구에서는 허상이 되는 것이 불행하지만 지역주의의 현실이며 한계다. 그런 마당에 후광효과를 업으려는 카멜레온 같은 후보들의 변신은 국민들에게 아무런 신뢰도 희 망도 심어줄 수 없다. 이번 경선과 대선이 지향하고자하는 정치과제중에는 바로 그 지역주의를 깨뜨리고 뛰어넘어 보자는 숙제가 담겨있다.
후보들은 경선을 통해 그 과제를 풀어야 할 책임과 풀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히려 지역주의의 폐악을 깨뜨리고 뛰어 넘으려는게 아니라 후광효과를 기대업 고 일어서려 하고 있는 경우다. 더구나 박정희는 몰라도 김심의 경우 후광효과를 업으면 업을수 록 오히려 더 손해일 것 같은데도 일부 용들은 아둔하게도 김심을 넘보며 미련을 못 버리는 눈치 다. 그 또한 정치력이 나약해 보이는 부분이다.
후보들은 대선까지 꿋꿋이 광야에 버티고 선 선구자의 자세로 민심을 낚아라. 험한 정치판일수록 홀로서는 자가 강하다. 구걸한 고향이나 , 후광, 그리고 금품의 힘에 기대지 않고도 국민 앞에 자 신을 일으켜 세워 보일 수 있는 거목, 지금 우리에겐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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