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그너는 반유태주의자 폭로 파문

위대한 작곡가로 알려진 리하르트 바그너가 반(反) 유태주의자였고 그의 작품에 유태인을 혐오하는 테마가 들어있다고 주장한 책이 최근 그의 증손자에 의해 출간돼 바그너의 고향 바이로이트를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바그너의 증손자 고트프리트 바그너(50)는 '늑대와 함께 울부짖지 않는 그'(늑대는 히틀러를 지칭)란 저서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그의 가문을 비판하고 나선 것.

이 책이 출간되자 바그너축제를 수주일 앞둔 바이로이트에는 거친 항의바람이 몰아쳤고 특히 지난 66년이후 이 축제를 주관해온 저자의 부친 볼프강(77)은 이 책을 '중상모략'이라 몰아붙이고아들을 축제의 '기피인물'로 선언했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80년 사망한 바그너의 며느리 위니프레드의 1백회 생일 기념행사로 계획돼있던 특별 전시회마저 바그너 재단에 의해 돌연 취소됐다. 이는 영국 태생으로 열렬한 히틀러 숭배자였던 그녀를 위해 기념행사를 벌일 경우 가뜩이나 격앙돼있는 바그너의 반 유태주의 시비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을 간파한 주최측의 결정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문제의 인물 위니프레드는 작곡가 바그너의 외아들인 남편 지그프리트가 사망한 후 바그너축제관리권을 인수했는데 히틀러는 바이로이트의 바그너가문 소유지내에 임시 거처까지 마련해놓고수시로 방문, 위니프레드및 그녀의 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트프리트는 할머니의 히틀러 숭배가 192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면서 옥중에서 히틀러가 '마인 캄프(나의 투쟁)'를 쓸 종이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 4백여쪽의 이 책에서 고트프리트는 부친 볼프강을 가리켜 바그너축제의 '나치 과거'를 은폐하려는 공범으로 낙인찍고 증조부 바그너의 작품이 유태인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지적 발판으로까지 작용했다며 의혹에 싸인 가문의 전통에 대해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욕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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