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아부도유예 배경·의미

금융권의 자금회수에 시달려온 기아그룹이 끝내 부도방지협약 대상으로 선정됐다.재계서열 8위인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10대 재벌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경제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기아그룹은 계열사인 기아특수강㈜, 아시아자동차공업㈜, ㈜기산 등 주력 계열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모회사인 기아자동차까지도 자금압박을 받아왔다.

또한 삼성자동차의 구조조정보고서 파문이후 인수·합병과 관련한 악성 루머가 돌면서 종합금융사 등 제2금융권은 대출금 회수에 적극 나서 기아그룹의 자금난을 부추겼다.

제2금융권은 정부와 은행의 자금회수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하루 1천5백억원에 달하는어음을 교환에 돌렸다.

제2금융권은 기아그룹이 부도방지 협약의 적용을 받을 경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우려, 만기어음을 1∼3일 단기로 연장하면서 대출금을 회수했다. 부도방지협약이 오히려 기업의 자금흐름을 악화시킨 셈이다.

은행들은 지난 5월 하순부터 지금까지 8백억원을 긴급 지원했으나 대출금 회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아그룹은 14일에도 결제가 돌아온 어음 1백억원 가량을 막지 못해 제일은행의 지원을 받고서야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우성, 한보 등 대형 부도기업을 잇따라 떠맡아온 제일은행으로서는 더이상 자금지원에 나설 형편이 못됐다.

이날 제일은행 유시열 행장은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에게 "자칫하다간 제일은행이 부도가 날 형편"이라며 "기아그룹이 앞으로 돌아오는 어음을 자체적으로 못막으면 부도방지협약에 넣을 수밖에없다"고 최종 통보했다.

기아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천2백94억원에 달하는 등 기아 계열사들의 경영상태는 대부분좋지 않았으며 특히 기아특수강과 아시아자동차, 기산 등 3개 계열사의 경영부진은 매우 심각한상태였다.

그룹측은 이와 관련, 최근의 자금난이 삼성그룹의 자동차구조조정보고서 파문에 뒤이은 정부의본격적인 자동차구조조정 착수 움직임에 제2금융권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주장했다.기아그룹은 제2금융권이 대출금을 회수만 하지 않으면 자구노력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왔었다.

그러나 기아그룹이 결국엔 부도방지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됨으로써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기업및 금융계의 대외신인도가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채권은행들은 긴급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경영권 포기각서를 요구해왔으나 기아그룹의경우 종업원들의 우리사주가 최대 주주여서 주식포기각서를 받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부도방지협약에 따르면 대상기업의 자체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기업규모, 금융기관의채권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정관리, 은행관리, 제3자인수 또는 청산 등의 절차를개시하도록 돼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2개월 후 기아그룹의 정상화가 어렵다는 실사결과가 나올 경우 제3자 매각같은 극한 방식보다는 제3자의 지분참여나 일부 업종의 제3자 매각 등의 타협적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말 대통령선거도 기아그룹 처리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쨌든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의 도움으로 회생할 지 아니면 제3자인수 추진등으로 공중분해될지는 기아그룹의 자구노력에 크게 달려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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