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지정될 정도로 자금난에 몰린 것은 자동차사업 부진과 특수강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1차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삼성자동차 보고서파문을 전후해 기아에 대한 악성루머가 확산되면서 금융권의 여신회수가 잇달아 자금난이 심화된 것으로업계는 보고 있다.
기아의 자동차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주력차종 중의 하나로 개발한 중형승용차 크레도스의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미친 것과 대우자동차의 잇따른 신차출시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아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95년 하반기에 주력차종으로 개발한 크레도스는 출시 초기부터 무이자할부판매라는 무기를 든 현대와 대우의 강력한 견제로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내수시장에서 무이자할부판매 조건으로 나온 쏘나타Ⅱ와 프린스에 밀렸기 때문이다. 현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듬해 초 쏘나타Ⅲ라는 신차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인 신차발표회를 개최, 기아의 크레도스를 졸지에 구형차로 만들어 버렸다.
대우자동차도 지난해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등 소형, 준중형, 중형 등 3개 차종의 승용신차를 잇따라 출시, 기아의 주력차종을 내수시장에서 밀어내고 승용차 시장 점유율에서 2위로 올라섰다. 이러다 보니 기아의 상대차종인 아벨라, 세피아, 크레도스의 판매량은 더욱 떨어져 기아는 수출에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렸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의 수출은 올들어 매월 4만대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대수면에서 예년보다 크게 늘었지만 이윤이 적은소형차 위주로 수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자금사정을 호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특수강사업에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한 것도 기아그룹의 자금난을 몰고온 요인으로 지적되고있다.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특수강 수요가 연간 10만t에 불과한데도 기아는 80만t의 공급능력을 갖춘 대규모 공장을 군산에 세움으로써 스스로 자금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여기에 삼성이 기아를 인수·합병(M&A)해야 한다는 내용의 삼성자동차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기아에 대한 악성루머가 증권, 금융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종금사 등 제 2금융권이일시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 기아의 목줄을 죄게 됐다.
비록 김선홍(金善弘) 기아그룹 회장이 강경식(姜慶植) 부총리를 만나 금융권의 여신회수를 막아달라고 부탁하고 3천5백여명의 인력감축과 보유부동산 매각 등 대대적인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기아의 재무구조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한 금융권의 태도는 좀체 바뀌지 않았다.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자금을 얻기가 어렵게 되자 기아는 이달 들어 현대, 대우등의 기업들로부터 전환사채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3백억~5백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다급해졌다. 정부가 매출액 기준 재계 순위 7위인 기아를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지정한 것은 이런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국민기업 기아가 이같은 위기에 처하게 된 책임은 소유분산, 전문경영인체제 등 다른 재벌기업이 갖추지 못한 좋은 경영조건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노사양측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경영진의 책임경영의식 결핍, 지도력 부족에다각종 요구조건을 내걸고 수시로 생산라인을 세워버린 기아 노조의 행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오늘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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