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되면 제가 평생 취미로 즐겨온 차 압화 난 야생화 종합전을 열고 싶습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온 한 여성으로서의 길을 부끄러움없이 활짝 펴보이겠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천마타운에 사는 권명희씨(48)는 틈틈히 가꿔온 취미생활을 부업(명연꽃꽂이중앙회 예화프레스 대구지부장)으로 연결시켰을 뿐 아니라 온가족이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는화목한 가정을 자랑한다.
20여년전 애를 키우면서 가까이하기 시작한 차생활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이 생활 깊숙이 자리잡아 안방이 다실로 꾸며졌다. 5인다기, 3인다기, 말차잔, 이도다완 등 물레질한 다기들로 가득하다.
녹차를 마시고부터 협심증을 앓던 남편(이충기씨.51)의 건강도 좋아지고, 딸들도 공부에 지친 머리를 다실에서 식혀서 나갑니다. 다실에 있으면 우리 가족은 그저 편안하고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권씨는 가족들과 함께 매년 봄 곡우를 전후해서 쌍계제다를 찾는다. 일년치 차(1백그램 들이 20통)를 구입하고 돌아서면 마음은 부자이다.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차밥도 차나물도 즐겨 먹고 딸들은 얼굴에 뭐가 나도 차물에 씻는다.그야말로 차 마니아들이다.
보통 차를 우려내고 나물로 무쳐먹는 것과는 달리 권씨가 개발한 차밥은 간편하고 손쉬우며 차향도 고스란히 살아있어 급하게 손님이 와도 바로 응용할 수 있다. 작설차 한두스푼을 손바닥에 놓고 비벼 잘게 부순뒤 잘게 다진 맛살과 함께 뜨거운 김이 오르는 밥에 넣고 비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뒤 구운김에 조림멸치 한두개를 얹어서 쌈싸 먹으면 일미이다. 북어국과 같은 간단한 국물에 곁들인 차밥은 누구든지 한번 맛보면 다 배워간다.
권씨의 아파트에 놀러온 이웃들은 안방은 박물관 거실은 예술관 베란다는 식물관 이라고 부른다.
자생란 보존회 창단멤버로 활동한 전력을 말해주듯 베란다에는 1백50여개의 난분이 즐비하고, 거실 구석구석에는 권씨의 솜씨를 보여주는 압화 십자수와 같은 장식물들로 가득하다.수입란이 들어와서 우선 보기좋게 잎이 시퍼렇게 쭉쭉 뻗은 것을 찾는 통에 자생란이 설 자리를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우리네 난문화를 우려하는 권씨는 둘째 딸 채영에게 자신의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대물림해줄 작정이다.
효가대 미대생인 채영이는 꽃을 이용한 매장디스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던 엄마와 비슷한 꿈을 가졌다.
코팅필름이 나오면서 프레스플라워를 쿠션이나 방석 등 생활소품에까지 다양하게 응용하게 됐다는 권씨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쏟아지는 초화의 잎을 모아서 스탠드 식탁보 매트 블라인드전화기 병풍까지 못만들게 없다고 말한다. 만났다하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 야외로 드라이브 가는게 고정코스인 중산층 주부들의 삶의 패턴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는 권씨는 자기만의길을 뚜렷이 지켜가고 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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