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살포 공방 싱거운 1라운드

이회창후보의 금품살포 의혹과 관련한 1차 공방은 박찬종후보의 판정패로 일단락이 지어졌다. 김영삼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신(私信)이 16일 공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않았다는 점에서 결국 박후보는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당사자인 이후보 진영은 물론이고 다른 진영에서도 박후보가 갖고 있다는 자료에 대해 그리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세가 몰리니까 한번 저질러 본 돌출행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후보 진영에서는 "박후보가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며 비아냥조의 동정론마저 나오는 형국이 됐다.또 박후보가 확보하고 있다는 증거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반이회창 진영에서도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역전의 기회가 무산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바로 하루 전까지 등등하던 기세가 수그러든 분위기다.

그러나 박후보 진영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다.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청와대에 박후보의 의견을 전달하고 당에 나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것 등이 모두 당인으로서 자신이 할 도리는 다하는 최소한의 자세라는 판단때문이었다는 것이 박후보측의 설명이다.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박후보의 한 측근은 17일 "이대로 가면 박후보 혼자만 돈키호테가 된다"며"박후보의 정치생명이 끝날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우리가 그냥 앉아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고발 등의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후보측의 "박후보의 주장이 사실도 아니고 박후보가 열세를 만회, 주목을 받으려는 돌출행동이었다"는 기세등등함도 박후보측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다. 이후보측은 청와대에 보낸 박후보의 사신내용이 밝혀지자 기다렸다는 듯 박후보를 향해 이같은 파상공세를 취했다.

때문에 1차전이 판정패로 결말이 났다고 해서 금품살포 공방이 일단락된 것으로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박후보가 최근 자신을 "공정경선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하는 것을 봐서도 그렇다.

측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경선에 끝까지 임한다고는 하지만 박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지는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당내외 이미지훼손은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결연함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또 16일 대전 기자회견에서 "이 자료를 반드시 활용할 것"이라고 한 말이나 "결코 21일까지 사장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박후보의 언급은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전투를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서울 합동유세가 치러지는 19일까지 이틀 정도가 금품수수 공방과 관련한 여당 경선의 고비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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