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성동본 금혼 위헌결정의미

지난 수십년간 존폐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동성동본 금혼조항에 대해 헌재가 2년2개월이라는장고(長考)끝에 사실상 위헌에 해당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해당 법률조항은 개정될 때까지 적용이 중지돼 동성동본부부는 이날부터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전국에서 최소 2만에서 최다 6만쌍으로 추산되는 사실혼 관계 동성동본부부가 부부로서법적지위와 권리를 찾아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배우자들은 의료보험,가족수당, 세금공제 등의 혜택을 받고 상속 등 재산문제나 각종 행정절차에서 겪던 불편도 사라진다.

그동안 사실혼 상태에 있던 동성동본 부부들은 자녀들을 혼인외자(婚姻外者)로 호적에 등재할 수밖에 없는 등 고통을 당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법의 장벽'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고 헤어져야 하는 일이 허다했다.

이와 관련, 지난 58년부터 금혼조항 폐지운동을 벌여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김흥한변호사)는이날 성명서를 내고 "헌재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당연한 일"이라며 "뒤늦게나마 잘못된 전통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사문화된 금혼조항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온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동성동본간 결혼을 허용해야 하는 근거로 역사적인 사회환경의 변화를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헌재는 지난 95년 5월 서울가정법원이 제청한 이 사건에 대해 지난해 4월25일과 6월13일 두차례공개변론을 열어 여론을 수렴했다.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측 대리인은 "결혼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정부가 사실혼관계에 있는 동성동본 부부를 구제하기 위해 78, 88, 96년 세차례에 걸쳐 특례법을 통해 혼인신고를 허용한 것은 이 제도의 결함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78년에 4천5백77쌍, 88년에 1만2천4백43쌍, 96년에는 2만7천8백7쌍이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집계됐다.

이에 반해 유림측은 "동성동본 금혼제도는 수백년 동안 내려온 전통적인 관습과 전통이므로 이를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사회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혼인 제한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한최소한의 제도로 혼인의 자유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폐지를 완강히 반대해왔다.

헌재는 그동안 심리과정에서 극한 대립을 의식한 듯 결정문을 통해 "위헌결정으로 헌재가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혼인을 권장하거나 보편타당한 윤리 내지 도덕관념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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