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가식 서가숙 두류공원 방랑자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어선 대량 소비 시대. 살아가는 의미도 모른채 아무렇게나 끼니를때우고 아무데서나 잠을 자는 방랑자들이 있다.

대구 시민의 1급 쉼터로 자리잡은 두류공원 곳곳에는 아예 이곳에서 자고 밥벌이도 하며 한시도공원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30여명이나 된다. 이른바 두류공원 사람들. 20대에서 60대까지 천차만별이다.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이 벌이는 장기.바둑내기나 윷놀이 판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구전(속칭 데라)을 먹고사는 30대, 힘깨나 쓰는 40대, 인근 슈퍼마켓에서 사온 술을 팔아 그 이윤으로사는 속칭 노랑머리로 통하는 50대 등등. 35세인 조모씨는 나이가 젊은 편이라 조군으로 통한다.여자도 4~5명 끼어 있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 빈병을 팔아 라면과 술을 사먹는이, 독지가(?)의 도움으로 연명하는 사람, 두류공원 친구들에게 술과 음식을 먹으며 기생하는 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경우도있지만 과거 동장을 지냈거나 교편을 잡는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도 있다.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는 공중화장실. 마실 물이 있고 공짜 목욕탕도 되고 비 오는 날에는침실로 변하기도 한다. 가끔 눈이 맞은 남녀가 공중화장실에 숨어 들기도 한다는 경찰의 귀띔.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는 공동체 생활자로서 지켜야할 덕목이 있다. 잠을 잘때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제1조. 다른 사람이 단골로 음식을 얻어 먹거나 구걸하는 곳에 끼어 들어서는 안된다.

이들이 경찰의 주목을 받게된 것은 황모씨(49.주거부정)가 지난 13일 공원인근 폐가에서 변사체로발견된 뒤부터. 경찰은 두류공원 사람들을 잇달아 소환해 용의자를 찾고 있지만 이들의 진술이횡성수설해 수사에 오락가락이다.

조사를 맡은 달서경찰서 한 관계자는 "두류공원 방랑자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산업문명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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