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북 보선 안팎(중)-지역여론

"'두고 보자' 세갈래 감정싸움"

이번 보선은 포항여론을 완전히 세갈래로 쪼개놓고 말았다. 지역전체가 선거이외에는 마비상태다.선거를 치르는 북구는 물론 남구까지도 선거바람에 휩싸여 각각이 갈라서 대립하고 있다. 오로지「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가」가 중요할뿐 선거이후의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이같은 편가르기는 공직사회는 물론 경제계, 사회단체등에 망라돼 있다. 심지어는 같은 직장안에서도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해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하게 됐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선거이후의 시정공백. 민주당 소속인 박기환시장은 이번 선거에 앞서 엄정중립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기택후보가 선거홍보물에서 박시장과 공조를 강조한뒤로 박시장은 선거에 깊숙이 말려든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들어서는 각 후보들의 연설회에 「박기환」이라는 이름석자가 빠지는 경우가 없을 정도다. 때문에 이미 계획돼 있는 사업도 선거용이라는 사시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고 심지어는 수도파이프만 교체해도 선심용이라는 잡음이 나오는등시정전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만 가 공무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시정공백의 우려는 시의회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선출직인 시의원들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세후보진영에 줄을 나누어 섰다. 이후 이들은 보선후보를 대신해 비방전을 벌이는가 하면 반대진영에대해서는 사안의 성격도 구분하지 않고 무작정 비난의 수위를 올리고 있는 것. 게다가 시의원들을 한울타리로 묶었던 당적(黨籍)마저 해체위기에 놓여 시의회에서 시민을 위한 구심점이라고는찾아볼수가 없을 정도다.

경제계는 심각하다 못해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3년째 이어지는 불경기로 부도사태를 경험하면서도 기업인들은 회사보다는 선거판에서 얼굴찾기가쉽다. 후보들 또한 자신과 반대진영에 선 기업인들을 향해 직간접으로 『두고보자』는 식의 으름장을 놓으며 기업인들을 끌어들여 『입으로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들이 사실상은 경제죽이기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특히 지역기업의 맏형격인 포철은 정치와는 무관하다는 회사측의 공식방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더욱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일부 임직원들이 회사의 방침에는 아랑곳없이 자진해서선거판 곳곳에 얼굴을 내밀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로인해 시민들은 포철이 또다시 선거에 개입하느냐며 비판을 가해 포철로서도 매우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밖에 경제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편가르기 속에서 관련 단체들까지 덩달아 들먹이고 있으며 선거후에는 기여도에 따른 하청·협력업체 대폭교체설이 벌써부터 나도는 실정이다.건전한 시민운동을 표방하던 각종 단체들도 분열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5월부터 갈라서기시작한 지역내 단체들은 본연의 성격과는 관계없이 조직전체가 선거기구로 전환했다. 또 일부 단체는 단체장이 직접 특정후보의 참모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동문회나 향우회등 개인적인 연분에 따라 만들어진 친목단체도 사정은 같다.

특히 지연으로 묶인 향우회는 이번선거에서 최악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후보들은 자신의 당선만을 위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으며 후보자를 후원하는 외지인사들의 경우 지역감정의 대명사격인 3김씨를 거론해가며 갖은 패악을 다 부리고 있다. 지도급 인사라는 이들에게서선거이후에 대한 걱정은 찾으려야 찾을 길이 없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 각각으로 나뉘어 가동된 조직들은 연말 대통령선거와 내년 지방자치 선거때까지 한덩어리로 묶일 수밖에 없어 포항은 지금 지역전체가 뇌사상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선거후유증을 치유할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는 극소수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그치고 있다.

〈선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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