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5.5℃까지 올라간 21일 오후 2시. 수성구 남부정류장에서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까지 운행하는 108번 시내버스실내온도는 섭씨40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연신 땀을 흘리며 부채를 부쳐대는 승객들. 아무리 뿌리쳐도 달라붙는 더위는 어쩔 수 없었다.
"요금은 해마다 올리지만 서비스는 전혀 나아지지 않아요. 이건 버스가 아니고 가마솥이예요. 3백60원짜리 승객이라고 얕보는 건가요" 전명순씨(42·여·대구시 수성구 두산동)는 버스안 온도만큼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구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일반버스 1천53대중 냉방차는 고작 1백47대. 3백60원짜리 토큰 하나로 냉방차를 기다리는 것은 '모험'일 뿐이다. 시원하게 가기 위해서는 4백40원을 더 얹어 좌석버스를 타야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선택.'찜통버스'지만 30분씩이나 애타게 기다리는 시민들도 많다. 21일 오후 3시 경북대 북문앞 버스정류장에서 18번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군(21·경북대 전자공학2)은 "보통 20분씩 기다린다"며 "버스기사에게 항의를 하지만 되레 욕을 먹기 일쑤"라고 했다.
지하철공사로 한낮에도 차량정체가 심한 남구 영남대네거리에서 대구역으로 운행하는 51번 시내버스안. 햇볕이 드는 쪽의 좌석은 텅 비어 있다. 빈자리에 갖다 놓은 온도계의 수치는 섭씨 40도.체온보다 높은 열기에 승객들은 버스안에서도 그늘을 찾아 다녔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만달러이라고 합니다. 이런 버스를 타게 하면서도 1만달러시대라고 자랑하고 이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때라고 떠들어댑니까" 정연성씨(54·대구시 남구 봉덕동)는분을 삭이지 못했다.
시민들로부터 매일 불평을 듣는 시내버스 기사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선풍기도 없는 버스안에 하루 8~9시간을 앉아 있어야하는 버스기사들. 버스불친절의 가장 큰 이유로 턱없이짧은 '운행시간'을 꼽았다. 현대교통 권기호씨(41)는 "시간에 쫓겨 식사할 시간도 없다"며 "이런형편에 교통법규를 지키며 시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해마다 오르는 버스 요금. 그러나 시민들은 오를 이유가 있겠거니 이해하며 참아왔다. 제자리 걸음만 하는 서비스에 또 들려오는 시내버스 요금인상설. 시민들은 84를 넘어선 불쾌지수 속에 짜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全桂完·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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