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태계탐사-문경새재

"장수하늘소나 소금쟁이가 혹 있을지 몰라…"

문경새재 생태계 곤충조사팀의 현장조사 도중 누군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반농담조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그 말투는 장수하늘소나 소금쟁이가 있을리 없다는 뜻이었으나 조사의속성상 뭔가 희귀한 곤충을 찾을수도 있지 않으냐는 의욕도 담겨 있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장수하늘소와 소금쟁이는 20여년전 산천이 깨끗하던 시절에는 자주 볼수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곤충. 서식조건이 까다로운 이 곤충들이 요즘처럼 오염이 심한 자연에서 살기는 매우 힘든 실정이다.

배정덕박사(36.동물분류)가 이끄는 곤충조사팀은 3월말부터 6월말까지 네차례의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3~4월에는 물가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을 주로 살폈고 5~6월에는 활동을 시작한 육상곤충을채집할수 있었다.

수서곤충중 조사팀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날도래 유충. 이름도 생소한 이 곤충은 '물가에사는 나방'이라고 할수 있다. 성충은 나방처럼 생겼으나 날개에 비늘가루가 없고 털만 나 있어나방, 나비와 쉽게 구별된다.

문경새재 1, 2, 3관문 주변의 개천에서 날도래 유충은 조그만 나무조각이나 잎등을 이용, 집을 만들어 머리와 가슴만 내놓고 배는 그 속에 넣은채 성충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충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물고기의 마수를 벗어난 것은 5~6월쯤 성충으로 변한다. 몸 길이는 종류에 따라 10~12mm, 25~30mm쯤 된다.

강도래도 눈에 띈다. 수컷이 20~25mm, 암컷이 25~30mm로 암컷이 더 큰 강도래는 머리와 가슴은흑색이고 겹눈과 홀눈 사이에 황갈색 무늬가 있으며 복부와 꼬리등은 황갈색을 띠고 있다.날도래나 강도래와 달리 친숙한 이름의 하루살이도 빼놓을수 없다. 여름철 밤 등불에 어김없이날아드는 하루살이는 눈은 크지만 더듬이와 입은 퇴화되어 작고 배 끝에 2~3개의 가늘고 긴 꼬리가 있다.

하루살이가 결코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다. '하루살이 목숨'이라고 비유될 만큼 단명하는 것은 사실이나 성충이 된후 2~3일에서 3주일간 사는 하루살이도 있다. 그러나 1시간만에 죽는 것도 있어'얼마 동안 살았다'고 표현하기조차 곤란하다. 하루살이가 이렇듯 짧게 사는 것은 유충이 식물 조각이나 조(藻)류를 먹는데 비해 성충이 된 후부터는 먹이를 아예 먹지 않기 때문.수서곤충외에 수서편형동물과 선형동물도 조사팀에 포착됐다. 플라나리아로 불리는 편형동물은평형하고 길쭉하며 몸표면이 섬모로 덮여있다. 자웅동체로 항문이 없으며 분열하는 무성생식과교미에 의한 유성생식을 한다. 몸이 1백분의 1로 갈라지더라도 그 작은 조각에서 전체가 재생되는 능력이 있다.

가늘고 길며 원통 또는 실 모양을 한 선형동물은 자웅이체이며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섬모가 없으며 모기등 해충에 기생하거나 토양속에서 다른 미생물과 함께 유기물을 분해, 토양을 변화시킨다.

수서곤충은 원래 계통 발생상 육지에서 살았으나 2차적으로 수중생활을 하게 된 것들이다. 수서곤충에는 일생동안 수중에서 생활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이동, 월동시에 물을 떠나는 것과 유충이나 번데기 때에만 수중에서 지내는 것들로 나눌수 있다.

수면밑에서 배영(背泳)하는 송장헤엄치개, 길쭉하면서 꼬리끝에 긴 호흡관이 있는 게아재비를 비롯, 물자라, 물방개 등은 결코 물을 떠나지 않는 곤충들이다. 날도래, 강도래, 하루살이 등은 유충기에만 물 속 생활을 하는 것들이며 소금쟁이 등 수면위에서 사는 것은 반 수서곤충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들은 기관아가미나 호흡관 등의 기관으로 호흡하거나 물방개와 같이 날개와 배사이에 공기를 저장시켜 호흡하는 곤충도 있다.

번데기 과정없이 알-애벌레-성충의 3단계 불완전변태(강도래 등)를 하거나 완전변태를 하며 애벌레는 곤충 종류에 따라 수개월에서 2~3년까지 수차례의 껍질벗기를 통해 성충이 되기도 한다.배박사팀은 4차례의 조사에서 꼬리 하루살이와 밤색 하루살이 등 하루살이 24종, 꼬마줄날도래등 날도래 13종, 두눈강도래 등 강도래 4종, 노랑무늬물방개와 수생 편형동물, 선형동물 등 수서곤충들을 살필수 있었다.

배박사는 "문경새재 계곡과 개천의 각 지점이 수온, 표고차가 있으나 특정 수서곤충의 분포가 우세하게 나타나는 차이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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