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집안의 일상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공양이다. 만일 공양 규율을 잘 지키지 못하면 쫓겨나기까지 한다. 공양이란 막연한 식사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 개념'의 의미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어느 절에서 이런일이 있었다.
대중방에서 수십명이 둘러앉아 공양을 하는데, 앉는 순서에 따라 주지스님의 맞은편에 나이 어린동자승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참 공양 중에 동자승의 국에서 큰 달팽이 하나가 나왔다. 다듬어 놓은 나물에 밤사이 그것이 기어 들어간 것이다. 동자승은 혹시 다른 스님들이 보고는 밥맛이 떨어질까봐 자신의 옷 소매에 얼른 달팽이를 숨겼다. 주위를 살피던 동자승의 눈빛이 주지스님의 눈빛과 마주쳤다. 주지스님은 말없는 미소로 그 장함을 칭찬하였다. 동자승은 오히려 쑥스러워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수주일전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식 자랑하는 어느집에 초대되어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가정은 외동인 5학년짜리 아들 녀석의 독무대였다. 부모님과 손님인 내가 식탁에 앉기도 전에 버릇없는 그 왕자는 온 반찬을 뒤적거리며 맛을 보더니 무엇이 맘에 들지 않는지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밥그릇을 들고 이방 저방 쏘다니며 꼴값을 떨어대더니 어른들의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TV채널을 자기 맘대로 이리저리 돌렸다. 나는 무심코 한마디 뱉고 말았다."참 무자식이 상팔자구나!"
요즘 아이들은 자기밖에 모른다. 자식들이 원하기만 하면 부모들은 뭐든지 바쁘게 챙겨준다. '루소'는 이것이 아이들을 장차 불행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식을 교육시킬 능력이 모자란다. 그리고 그 방법조차 모른다. 그런데 그것은 부모로서의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줄 알아야 한다.
여기 한가지 힌트가 있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 하였던가. 먹는 일은 평상의 일이지만 아주중요하다. 밥상머리교육부터 시작하라.
〈영남불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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