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대통령의 특사격인 레이니전주한미대사 일행의 방북성과는 미국입장에서나 북한의 직접 당사국인 우리로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레이니일행의 방북은 북한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나 북측이 호스트의 격을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으로 격하하는등 계산된 물먹이기 작전으로이렇다할 목적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지원이 있긴하나 원초적 기근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북한은 식량난 해결의 한 방편으로 미국의 중량급 인사를 초청했다. 레이니전주한대사는 재임시 한·미공조 문제에 많은 허점을 유발시킨, 어떻게보면 북한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며 샘 넌 전상원의원은 군사위원장 경력을 지닌터여서 북한이 통사정하며 매달릴 수 있는 고위급 인사였다.
그러나 레이니일행은 북측의 초청방북인 점을 중시, 일정과 면담인사를 일임했고 대신에 주문및충고사항만을 준비하여 평양으로 들어갔다. 막상 북에 도착한 레이니일행이 클린턴의 친서와 함께 식량 대량지원등 이른바 선물보따리가 별로 없자 북한은 의도적으로 홀대했고 미국측의 주문사항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극히 계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판문점대표부 대표 이찬복중장을 내보냈으며레이니일행도 그를 만나 4자회담에 성실히 임할 것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했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판문점대표부란 북측이 94년 군사정전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임의로 내세운 기구이다. 이 기구는 한미양국이 모두 반대해 온 것으로 이번 기회에 레이니일행이 판문점대표부 대표와 공식적으로 만나 한반도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은 북의 술수에 말렸건 아니건 간에이 기구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방북에서 레이니일행은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위해 핫라인 설치등 신뢰구축조치를 강조했으나 북측은 원칙적으로 동의는 하면서도 미·북간의 고위급 군사접촉의 필요성을 제시하여그들의 상투적인 애매모호함을 여운으로 남겨두었다.
2박3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친 레이니일행은 우리 유종하외무장관에게 결과를 설명했다지만 북측이비밀스레 제시한 있을 수 있는 모종의 제의까지 털어 놨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북측의 제의를여러 이유를 들어 뒤늦게 우리에게 알려 준 예가 한두번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다.진정한 한·미공조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전혀 이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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