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도박유혹 못이긴 나약한 40대

가족이라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인가? 쓸곳이 많은데 벌이는 쥐꼬리만해 경제적 계층 상승은 물론 가족 부양조차 어렵다고 느껴서인가? 아니면 갑자기 인생의 허무를 느낄 나이가 돼 무엇에든빠져들고 싶어서였던가? 40대들이 '도박'에 흔들리고 있다. 그 아들들인 10대가 본드에 망가지듯,결국 죽음으로, 혹은 범죄로 생을 마감하는 40대가 최근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29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절도혐의로 구속된 박모씨(47). 그는 20년동안 소방공무원이었다. 하지만몇년전부터 포커 도박에 빠졌다. "평소 기박에 '재주'도 있어 잘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도박은그를 권고사직 당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구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그는 가족들과의 불화로결국 가출, 유원지 주변을 돌아다녔다.

여기저기에서 끌어댄 10억원을 포커판에서 모두 날렸다는 박씨. 남의 돈 8만여원을 훔치다 유치장에 갇혔다. 박씨가 가출한 뒤 가족들은 몰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려 박씨는 가족들이 어디사는지조차 모른다. "기나긴 악몽을 꾼 것 같다". 박씨는 자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28일 오후 자신이 살던 아파트 화단앞에서 숨진채 발견된 또다른 박모씨(43). 전기설치업을 하던그도 도박의 희생자였다. 포커판에서 수백만원을 잃기도 했고 도박을 한다며 며칠동안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끝없이 돈을 잃어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하면 가족을 때렸다. 투신하던 날에도 소주두병을 마신 뒤 처자식을 때린 박씨는 9층 아파트 베란다에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그것이 그의마지막 모습.

지난 5월엔 1억원 상당의 도박빚에 시달리던 40대 후반의 구청 공무원, 전직 시내버스 운전기사등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은 6월말까지 8백8명이 도박혐의로 붙잡혀 지난해 같은기간의 7백72명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도박 피의자 가운데 절반이상이 40대 남자라고도 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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