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화지점 놓고 상인들 '모르쇠' 일관

▣피해상인들 망연자실

○…서문시장 건어물전 상인과 가족들은 화마 때문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가게를 바라보다 정신을잃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갑작스런 '재앙'에 망연자실. 대원상회 전무일씨(56)는 "이곳에서 장사한지 30년이 됐으나 불이 난 건 처음"이라며 허탈. 50대 한 아주머니는 "수십년동안 공을 들여온점포가 하루아침에 재가 됐다"며 "하필이면 다른 사람의 물건까지 많이 들여 놓아 피해가 크다"고 눈물.

▣소방차 물 안나와 원성

○…대구 중부소방서 대신파출소 소속 소방차 한대가 처음 화재현장에 도착했으나 한동안 물이나오지 않는 바람에 상인과 주민들이 원성. 한 목격자는 "호스를 연결했는데도 물이 나오지 않아소방관을 거들어줬다"며 "짧은 시간이었으나 순식간에 불길이 커져 진화가 늦어지는 원인이 됐다"고 귀띔. 그러나 소방서측은 "물이 안 나온 사실이 없다"고 극구부인.

▣신고자 입 틀어막기도

○…화재를 대신소방파출소에 신고한 김차식씨(57)는 "지난 90년부터 서문시장 경비원으로 일했으나 이런 큰 불은 처음 본다"고 토로. 김씨가 금구상회와 강수상회 쪽에서 연기가 치솟았다고하자 관계 상인들은 "확실하지 않은 것을 얘기한다"며 김씨의 입을 틀어막는 등 극구제지. 때문에화재현장 인근에 있던 수백명의 인파 가운데 몇몇을 제외하고는 발화지점, 불이 난 상황 등에 대해 일체 함구. 서문시장 민간순찰대원조차 "괜히 말했다가 상인들에게 오해받기 싫다"며 대답을회피.

▣목조건물로 피해 커

○…불이 난 건어물 가게들은 목조인데다 안쪽으로 길이가 10여m나 돼 불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내부가 거의 전소됐을 것이라는게 소방서측 설명. 한 소방대원은"안쪽으로 깊숙한 가게에서 연기가 앞쪽으로 밀려나올 정도면 안쪽은 이미 불바다나 다름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 게다가 목조건물, 건어물 등 타기 쉬운 물건 투성이인 점도 불이 더 빨리 번지는 요인이 됐다는 것.

▣집까지 번질까 초조

○…건어물전 뒤쪽 주택가 주민들은 밀려오는 연기 때문에 긴급대피 하고도 불이 집까지 번질까초조한 기색이 역력. 수예품점인 '매일사'의 경우 불이 옮겨붙을 기미가 보이자 물건을 가게밖으로 옮기기 시작, 밤11시가 넘도록 3~4명이 달려들어 진땀을 흘렸다. 주민들은 수시로 집을 드나들거나 아예 대문을 잠그면서 도둑을 걱정, 주위에서 쓴웃음.

▣소방관 늑장 대응 질타

○…계성고 담쪽에 사는 30대 아주머니는 "건어물전 뒤쪽 주택으로 불이 번질 가능성이 컸으나소방차는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며 늑장대응을 질타. 밤10시가 넘어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서야달려간 소방관들도 10여분 진화작업후 철수했다가 곧바로 불씨가 되살아나자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연출.

▣'초동 진화' 자화자찬

○…화재가 상가 9곳과 주택 2채를 태운뒤 진화되자 소방 관계자들은 초동 진화를 잘한 탓에 대형 화재로 이어질뻔한 사고를 막았다며 자화자찬.

그러나 화재 신고용 직통 전화 불통과 물이 제때 나오지 않은 소방차에 대한 질문 등엔 발뺌으로일관.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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