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경지를 구현했던 대표적인 사람으로 우리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를들 수 있을 것이다. 고산은 유배당하면 죽어지냈던 많은 사람들과 달리 그의 유배지인 보길도를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자연속에서 인간이 누릴 가장 조화로운 경계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닭소리와 함께 일어나 경옥주 한 잔을 마시고 마음에 드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시를 짓는다. 때로는낚싯배에 미희를 태우고 자작 시가(詩歌)인 '어부사시사'를 노래하게 하였다. 그는 보길도에 많은정자를 지었지만 나무를 자르지 않는등 자연과의 조화를 특히 고려하였다 한다.비록 윤선도가 안빈낙도하는 선비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에게 논란의 거리를 제공하지만, 그의 자연에 대한 태도는 실로 본받을 만한 것이라 하겠다. 이같은 전통이 있었으므로 보길도는 우리나라 연안의 섬 가운데 숲이 가장 울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1년, 그러니까 일제초기에 일본의무장경찰이 벌채하려 했을 때, 이 지역의 주민들은 곡괭이와 죽창, 돌 등으로 그들의 자연을 지키기 위하여 많은 피를 흘렸다. 고산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지향했던 정신을 3백여년이 지난뒤보길도의 주민에게서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공생(共生)의 비전을 포기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며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피서지 어디를 가더라도 자연은 파괴되고 오염된 채 죽어가고 있다. 건설이라는 명목하에 산은 허리가 잘리고 계곡마다 쓰레기들이 악취를 내뿜고 있다. 확성기를 통해들려오는 저 천박한 음률의 메시지들, 그 속에 뒤엉켜 인간들은 자연을 배반한 채 엉덩이로 하늘을 뭉개며 검은 욕망을 배설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모두 우려하고 있는 것이지만, 자연은 인간의 탐욕과 반논리에 대하여 가열찬 반격을 가해 올 것이다.
노덕성(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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