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스터섬의 비극

이스터섬은 칠레에서 서쪽으로 3천7백㎞ 지점에 위치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이다.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이 라파누이라 부르는 이 섬은 세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인 모아이라는 주인 모르는 거대석상들로 유명하다. 불가사의란 것은 누가, 어떻게 이러한 거대석상을 만들었으며, 누구에 의해 대부분 파괴된 채로 방치되었는가 하는 점들이 뭇 사람들의 호기심을 끈 결과이다.이 섬을 면밀히 조사한 사가들에 따르면 이 거대석상들은 이스터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처참한역사를 안고 있다. 1680년께 원주민의 두 부족간에 전쟁이 일어나 한쪽이 거의 전멸되다시피 되었고 이긴쪽은 무슨 이유였는지 거대석상들의 목을 부러뜨리는 방법으로 대부분 파괴해버린 것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이후 1862년 노예상인들이 전쟁결과 힘이 급속히 약화된 원주민 1천4백여명을 납치하여 페루의 농장으로 팔아넘겼으며, 납치된 원주민 중 1백여명은 현지에서 사망하고,돌아오거나 섬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페루에서 묻어온 천연두를 비롯한 여러 질병에 대다수가 죽은 다음, 살아남은 자들은 영구히 섬을 떠나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스터섬의 역사는 불가사의라기보다 차라리 원주민들간의 반목이 단초가 된 비극이라 해야 옳다. 모아이의 저주였을까?이스터섬의 비극은 한 지붕 밑의 경영자와 노조간의 갈등으로 기업이 도산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전에 없이 빈번해진 우리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특히 오랜 노사갈등에다 최근 불어닥친 경기불황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천해온 대표적인 기업인 기아가 좌초됨을 바라볼때우울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봉고와 프라이드로 세웠던 기아와 그 협력업체들의 프라이드가 이대로 꺾여버린다는 것은 기아의 경영자나 노조는 물론, 국민경제의 불행일 것이다.이스터섬 원주민간의 갈등의 끝은 물론 승자나 패자 그 어느편도 바라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현재 주인들이 떠나버린 섬에서 홀로 선 모아이들에 마음이 있다면 남태평양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계명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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