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성마비 장애인의 한여름 나기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오동석씨(25.대구시 남구 대명동)와 2급 장애인 이환석씨(21.동구 효목동)는 자동차 광택제 판매동업자다.

오씨는 휠체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씨가 따라 붙지 않으면 움직일수 없다. 대구대 부설 특수학교인 보건학교 동창이었던 이들이 광택제 장사에 나선 것은 지난 1월.

오씨는 불편한 몸때문에 뜨내기장사외엔 다른 일자리를 생각할 수 없었다. 이씨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을 마친 뒤 학비 마련을 위해 휴학했다. 오토바이 조립공장에서 한달 60만원을 받기로 했으나 2주를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팔때문에 조립을 제대로 할수 없었던 것.

"몸뚱아리가 이러니 뭘 하겠느냐"고 체념하기를 수십번. 길거리에 나앉아 구걸을 해볼까 마음먹었지만 '성한 정신'을 갖고 차마 할수 없는 일이었다. 장애인고용촉진 공단도 몇차례 찾았으나 장애 정도가 심해 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광택제 장사도 만만치 않았다. 2만원짜리 한 개를 팔면 5천원을 남길 수 있어 두사람이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하루 10개는 팔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루 7개 판 것이 최고 기록이다. 요즘같이 35℃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아래에선 더욱 힘들다. 얼마전 서구청에 들렀을 때 비서실 직원이 "여기는 세차장이 있기 때문에 살 사람이 없다"며 억지로 밀어냈다고 한다. 한두번 겪는일이 아니었지만 관공서에서 조차 외면당하는데 무척 가슴이 아팠다는 것.

'구걸'하다시피 판촉을 하지만 천원짜리 한 장 던져주며 '다른데 가 봐'라고 할때면 눈물이핑돈다는 게 이들의 푸념이다. "손.발이 제멋대로 움직여댄다고 정신까지 모자라는 게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소용없는 일.

생활보호대상자인 부모 밑에서 독립을 한 동석씨.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아버지에게 더이상 의존하지 않으려고 거리로 나선 환석씨. 일을 하고 싶지만 적당한 일이 없어 장애인의 설움을 더욱심하게 느껴야 하는 청년들.

"그래도 웃음은 잃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가 화를 내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들은 '장애인이기때문'이라는 단서를 붙이지요. 대신 세상사람들에게 얻지 못한 사랑을 하나님께 받고 있습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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