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의리

"스님, 개고기를 먹으니 정말 재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서너번 먹었는데 그때 마다 사고를 당했지요. 그래서 요즘은 일절 입에 대지 않습니다.…"

택시를 탔더니 운전기사가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앞자리에 합승을 한 마른 남자가 말을 받았다.

"고기는 다 똑같은 고기이지 개고기라고 해서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기분문제이겠지요. 정력에좋고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요. 따지고보면 식물도 생명체가 아닙니까? 다 창조주가 주신걸…"우리인간들이 견공(犬公)과 더불어 살아온 역사는 자그마치 만년이상이다. 그 긴세월동안 견공은인간을 위해 사냥을 하며, 집울타리를 지켜주었다. 그러나 정작 인간들은 착실한 하인 노릇으로충성을 바쳐 온 견공들을 푸대접 해온 것이 사실이다.

실컷 부려먹고는 몽둥이로 뭇매를 내리쳐 죽이기 예사요. 심지어는 그의 가죽까지 질근질근 씹어먹는다. 말 그대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사람이 존귀하다함은 인연의 지중함을 아는 일인데 견공에게 만큼은 너무 막무가내인 것이다. 물론, 하는 일이 모두 먹고자 하는 짓이겠지만, 거기에는 인연의 두텁고 엷음을 사량(思量) 할수 있어야 한다.

세상근본은 내 주위의 가까운 곳부터 챙기는 윤리가 있는데, 이는 먹는 음식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육류보다는 어류를, 어류보다는 식물류를 먹게되는 것이다.

정력과 미용에 좋다하여 개고기를 즐겨먹는 사람에게 숫타니파타의 '그들을 내몸과 바꾸어 생각해보라(自通之法)'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어린시절, 팔려가던 우리집 견공이 눈물을 글썽이던 것을 보고, 나는 한참동안 멍하니 서서 '잔인한 인간의 의리'를 되뇌인적이 있다.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없다는 말은 이런 의미들도 포함된다.

〈영남불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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