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읽으며 더위 쫓아라" '푸른 하늘 달 아래 나와 누우니/넓은 돌이 돗자리 대신이로세/긴 숲에 흩날리는 맑은 그림자/밤깊어도 잠이 잘 오지 않는 걸'
16세기 호남 도학을 대표하는 도학자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전남 담양의 소쇄원 '너럭 바위에 누워' 읊은 시 한 수다.
한가한 여름날 대청마루에 배를 깔고 누워 소리 내어 읽으면 스트레스로 끓어올랐던 짜증이 가라앉으면서 이 긴 여름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한시집 '하서시선'과 '완당시선'이 솔출판사에서 나왔다.
두 한시집은 93년 작고한 한학자 신호열씨가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교수시절인 86년 한글로옮기고 주를 달아 펴낸 것으로 이번 서울대 박희병교수와 충북대 김혜숙교수가 다시 추리고 해설을 달아 내놓았다.
'하서시선'은 전남 장성태생으로 어릴적부터 시재가 뛰어나 신동으로 불렸던 김인후(1510~1560)의시집, 하서의 시는 도학자로서의 온유돈후(溫柔敦厚)한 시풍을 바탕으로 절제와 조화의 미를 갖춘것이 기본을 이루지만 유별난 흥취의 미가 담긴 시들도 적지 않다.
'비 자나자 개구리는 요란스레 울어대고/구름 훑은 먼 공중에 달 그림자 성글성글/별빛은 찬란해라 산은 밤에 들었는데/두어 사발 막걸리에 산나물이 곁따랐네'
이는 인종이 세자일때 그를 가르쳤으나 즉위한지 얼마안돼 승하하고 뒤이어 을사사화가 몰아치자벼슬을 마다하고 향리에 묻혀 살았던 하서의 현실적인 좌절과 불만이 시를 통해 분출된 것으로이 시집의 해설을 쓴 서울대 박희병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시작(詩作)에 대해 늘반성적 인식을 하고 있던 그의 모습도 다음 시에서는 읽힌다.
'하서는 시 읊기를 즐겨함이 아니라오/홀로 누운 고요를 견디지 못해설세/읊고나니 정신이 오로지 삭막해라/물(物)에 팔리면 뜻이 옮겨짐을 알겠구려'
독창적인 서체로 조선후기 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김정희의 시선집 '완당시선'은 문인 김정희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시집.
'더위를 피하는 법 이제 알았네/고요가 극에 가면 마음이 비어/푸른 술은 석잔을 기울였는데/개인뫼는 육여(六如:여름산은 변화가 많다는 뜻)와 흡사하구려/애오라지 청옥사발에 보답하자고/한가로이 파초잎을 시험하누나'
완당의 시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현실 지향적이며 물질 지향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것들과 함께 세속을 떠나 자연에 깊이 침잠하고자 하는 탈속 경향을 나타내는 것들도 있어 그의 '서도와 화풍의신통함과 오묘함 못지 않게 변화가 무궁하다'고 충북대 김혜숙교수는 해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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