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AL기 추락참사 괌현지 표정

○…대한항공 747 여객기가 추락한 괌 현지는 구조작업을 총괄하는 조직이 없이 다양한 기관과민간 단체가 무질서하게 구조작업을 벌여 혼선을 빚고 있다.

사고가 나자 소방관과 경찰, 미 해군당국, 적십자 회원들이 앞다퉈 니미츠 힐 현장에 달려갔으나대형 참사를 눈앞에 두고 이를 적절히 지휘할 중심 조직이 없어 부상자 구조가 늦어져 희생자가늘었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지적이다.

구조 작업에 자원봉사요원으로 참여한 한 교민은 "비행기가 추락한 바로 옆에 헬기 착륙장이 있었는데도 구조작업에 투입된 각종 차량들이 밀려들어 착륙장을 차지하는 바람에 헬기가 부상자를옮기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또 미군당국이나 어떤 현지 기관도 생존자 숫자 등을 유족들에게 수시로 알려주지 않아 퍼시픽스타호텔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유족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괌 현지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Pacific Daily News'는 6일 호외를 발행하고 추락한 여객기에서 화염과 연기가 일고 있는 생생한 컬러사진들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에서 특별기편으로 괌에 도착한 한국 사진기자들은 현지인들이 이 신문을 유심히 읽고 있는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타블로이드판으로 75센트에 팔리는 이 신문은 '신의 도움으로 32명이 살아 남았다'는 내용을 부제목으로 실었는데 아가냐 공항을 비롯, 곳곳의 신문 가판대에 50여부씩 담겨있던 호외들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괌 거주 교민들은 6일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가족들의 생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조국으로 부터 유가족 등이 몰려들자 차량을 갖고 공항에 나와 일일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등 뜨거운 동포애를 과시.

괌에서 25년간 거주했다는 김정일씨(55·사업)는 "괌에서 오래 살았어도 이런 슬픈 일은 처음"이라며 "먼길을 달려오는 동포들에게 작은 온정이나마 느끼게 해주고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인구 15만의 괌에는 8천~9천명의 한국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날 40여명의 교민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날 아침 일찍 사고현장을 찾은 홍승일 한국 교민협회 부회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사고현장을 직접 다녀봤다며 끔찍한 참상에 치를 떨기도.

홍 부회장은 현장에 내려가서 걷다 보니 발 밑에 시신이 밟힐 정도였으며 어떤 시신은 안전벨트를 채운 채 의자째 기체밖으로 튕겨져 나가 사고 당시의 충격이 엄청났던것 같다고 설명.

○…항공 관계자들은 사고기가 바닥을 쓸듯하며 언덕의 능선을 미끄러져 20여m아래 낭떠러지로곤두박질 친 현장을 보자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들.

아시아나 항공의 부기장이라고 밝힌 한 남자는 "현장 조사차 나왔다"며 "착륙유도등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이렇게 사고가 난 상황이라면 엔진결함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

○…사고기에 탑승한 괌 교포 김창호씨(48·사업)의 딸 효진씨(19·대학생)는 어머니와 어린 두동생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항공사측에서 날씨 탓을 하지만 주위에 높은산이 없기 때문에 말도 안된다"며 "조종사의 잘못이 아니냐"며 원망.

컴퓨터 판매업을 하는 김씨는 사업차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한후 대기인 명부에 올려져 기다린끝에 겨우 탑승했다가 변을 당해 가족들을 더욱 애통하게 하기도.

○…칼 구테레즈 괌 지사는 이날 오후 사고 현장 인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러현장으로 갔을 당시 '배리 스몰'이라는 이름의 뉴질랜드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하게 사고기에서 걸어나왔다고 소개.

30대 초반의 이 뉴질랜드인은 "비행기가 그냥 활주로에 내린줄 알았다"며 '무슨일이 있었느냐'는듯한 표정을 지어 보여 구조대원들을 당혹케 했다고 구테레즈지사는 설명.

○…국민회의 김명규의원은 이날 광주시 시·구의원과 교육위원 등을 대동하고 괌 연수길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신기하 의원 일행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의원의 아들을 대동하고 사고현장을 방문.

김의원 등은 생존자 명단에 신의원의 이름이 없는데다 참혹한 사고현장을 본 뒤 생존 가능성이거의 없다고 판단되자 망연자실.

(아가냐(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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